아일랜드-외국 기업의 천국
아일랜드-외국 기업의 천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1987년 말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을 고려할 정도로 파산상태에 직면한 나라-실업률 17%, 국가채무는 국내총생산(GDP)의 120%.
10년 전에는 ‘서유럽의 환자(sick man)’로 불리던 국가, 가난에 찌든 유럽 최빈국이었으나 지금은 ‘켈트의 호랑이’로 불린다.

지난해 1인당 GDP 3만2133달러로 일정 규모 이상의 국가 중 미국에 이어 2위 차지.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국가경쟁력 순위에서도 1990년대 후반 이후 5~10위권 계속 유지. 유럽에서 핀란드, 그리스, 스페인을 능가하는 10년간 연평균 7.5%의 높은 성장률, 실업률도 유럽연합(EU) 평균보다 낮은 수치인 4.3% 기록.

수백년간 영국의 지배 하에서 게으르고 거짓말쟁이며 항상 술에 취해 있는 아일랜드 사람들은 흰 피부색에도 불구하고 ‘하얀 검둥이’, ‘하얀 침팬지’로 멸시를 받아왔다. 그러나 아일랜드 사람들은 그들 나름대로 자신들의 경건함과 순수함을 영국에 대한 타자성으로 제시하면서 민족 정체성을 형성했고, ‘투자하기 좋은 나라’로 경제체제를 개조한 덕분에 1990년대의 기적을 이루었다.

아일랜드의 고도 성장 배경으로는 안정적인 통화재정정책, 외국인 직접 투자 유치, 노.사.정 협력관계 유지, 숙련된 노동력, 왕성한 내수 등을 들 수 있다.

아일랜드 사례 연구에서 얻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시사점은 경제특구 운영과 외국인에 대한 파격적인 인센티브 제공이다.

아일랜드 정부는 1987년 국제금융서비스센터(IFSC)로 불리는 금융특구(약 15㏊)를 설립하여 외국 금융기관을 적극 유치하기 시작했다.
당시 이 지역은 낡은 보세창고만 존재하는 지역에 불과했다.

그러나 특구 설립으로 이 지역은 불모지에서 돈을 낳는 땅으로 탈바꿈하게 되었다. 아일랜드 정부는 외국 금융기관을 유치하기 위해 일반인에게 적용되는 법인세율 50%를 외국인에게는 10%로 파격적으로 낮춰 적용했다. 그 결과 현재 시티뱅크, JP모건, HSBC, 메릴린치 등 대형 금융기관 대부분이 진출해 있다. 이들 금융기관 근무자만 1만1000명에 이른다.

또한 별다른 산업자본이 없던 아일랜드는 1987년부터 기업 법인세율을 10%(올해부터는 12.5% 적용 예정)로 낮추는 파격적인 조치를 취했다. 다른 유럽 국가(평균 30~40%대)의 절반 이하 수준이었다.

현재 아일랜드에는 IBM, 인텔, 마이크로소프트 등 초일류기업을 포함해 1237개 외국기업이 생산기지를 두고 있다.

이들이 올리는 매출액은 2000년 기준으로 약 66조원에 달해 아일랜드 GDP의 절반을 차지한다.

외국기업유치 전담기관인 산업개발청(IDA)의 신속하고도 철저한 ‘원스톱 서비스’도 외국기업에는 매력적이다. 한국의 새한미디어가 1987년 아일랜드 진출을 결정하자 아일랜드 정부는 전담요원을 따로 배치해 공장 준공과 감리회사 선정, 은행 대출을 도맡아 처리해 주었다고 한다.

지난해 4월 인텔이 총 20억달러를 아일랜드에 투자, 최첨단 반도체 웨이퍼 생산공장을 짓기로 결정했다. 그 대가로 인텔은 아일랜드 정부로부터 1억5000만유로(추정)의 보조금을 받았다.

최근 제주국제자유도시가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온 도민이 지혜를 모으고 있다. 올해 1분기 우리나라에 대한 외국인 투자가 신고 기준으로 전년 동기 48.4% 감소한 11억800만달러를 기록하면서 지난해 4분기에 이어 감소세가 지속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첨단기술을 제공하는 외국 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하고 법까지 뜯어고치는 아일랜드의 외국인 투자 유치 사례를 제주도는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