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선택한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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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는 여섯 살 때인가 부모를 잃고 고아원에 보내졌다. 여러 고아원을 전전하다가 초등학교 2학년 때인 어느 여름날 나이든 원생들의 괴롭힘을 견디다 못해 그가 믿고 따르던 6학년 형을 따라 나선다. 그들은 구걸로 연명하다가 약간 모은 돈으로 다방이나 식당, 시내버스에서 껌팔이를 시작했다.

그러나 어느 날 서너 명의 패거리가 몰려와 자신들의 영역을 침범했다며 몰매를 가하자 그들은 엄청 얻어맞고 돈도 빼앗긴다. 굶주림을 해결하기 위해 그들은 도둑질을 하게 되고 또 주먹패에 끼게 된다. 이러저런 이유로 교도소를 들락거린 것이 다섯 번, 출감 때마다 새 사람이 되어 열심히 살기로 결심했지만 사회는 언제나 전과자라는 이유로 냉담하기만 했다. 그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막노동 아니면 주먹질밖에 없었다.

그렁저렁 세월은 흘러 그의 나이 34세가 되던 어느 여름날, 그는 기거하던 관악산 기슭의 텐트 안에서 한 많은 세상 죽음으로 청산해버리기로 작정하고 매일처럼 그의 참담했던 심경을 일기장에 빼곡이 기록하고 있었다.

어느 주말 그는 텐트를 비워놓고 산행을 하고 있었는데 고교 3학년 여학생 두 명이 산에 왔다가 그의 빈 텐트를 지나치다 일기장을 발견하고 그 내용을 훑어보게 된다. S양은 구구절절 어느 인간의 따뜻한 심성에 반한 비참한 생활에 눈시울을 적신다. 우연의 일치랄까, 때마침 봉두난발(蓬頭亂髮)에 꾀죄죄한 그가 돌아와 이러저런 이야기를 나누게 되고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나게 된다.

그러나 어느 날 그의 꿈에 그녀의 몹시 아픈 모습이 보이고는 그녀가 나타나지 않았다. 그는 늘씬한 용모에 아름답고 심성이 고운 그녀 생각에 매일 저녁 잠 못 이루다 같이 그 곳에 왔던 그녀의 친구에게 수소문, 자취방에 앓아 누워 있는 그녀를 찾아내 온 정성을 다해 그녀를 간호한다.

그후 두 남녀는 사랑하는 사이가 됐고, 그녀는 대학 진학을 포기한 채 그와 결혼 허락을 받으러 고향에 내려간다. 그러나 부모의 결사반대로 되돌아온 그들은 관악산 기슭의 움막에서 살림을 시작한다. 거칠고 험난한 인생을 살아왔던 그는 마음을 다잡고 막노동부터 시작해 행상 등 돈이 될 만한 일은 닥치는 대로 했다. 언젠가 용산역 앞에서 노점상을 할 때였다.

한 건달이 자릿세를 내라며 리어카를 엎자 참다 못한 그는 한 주먹에 그를 때려눕히고 경찰에 연행돼 그간의 자초지종과 개과천선해 열심히 살려고 노력해온 사실, 만삭인 아내를 부양해야 하는 자신의 딱한 처지를 무릎 꿇고 울며 하소연하고 용서를 빌었다. 담당 형사는 눈물을 글썽이며 그를 훈방했는데, 그는 지금껏 법 이전에 상황을 참작해 준 그 형사 덕분으로 오늘의 자신이 있게 됐다며 고마워하고 있다.

오래 전 관악산 정상에 정부가 건물을 짓게 되자 그는 후배들과 등짐으로 자재를 운반해 약간의 돈을 모으게 되고 당시 얻게 된 목재박스를 분해해 싣고 처가로 내려가 선반도 고치고 화장실도 고쳐주는 등 처가의 환심을 사려 무척이나 노력했다.

첫 아이를 얻은 뒤에야 사위로 인정받은 그, 이제 관악산 기슭에서 자그마한 식당을 처와 함께 경영하며 사는데 처제들에게도 가장 인기 있는 형부가 됐으며, 관악산 긴급구호대장으로 후배들과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그가 지금까지 받은 감사장과 표창장만 수십 장. 그는 간간이 시를 써서 시집도 두 권 출간하고 월간문학에 등단도 했으며 어여쁜 외동딸은 올해 대학에 진학했다.

그는 등산하다 다친 사람 또는 급류에 휩쓸려 떠내려가는 사람을 위험을 무릅쓰고 구했는 데도 고마워하기는커녕 왜 빨리 오지 않았느냐는 등 원망을 들을 때가 가장 괴롭다고 한다. 그는 교도소 선도 담당 초빙강사요, 소년소녀가장 및 불우한 장애인의 후원자이기도 하다.

그의 여생 소원은 사재를 털어 삶에 좌절하고 오갈 곳 없는 사람들의 안식처를 만드는 것이라 한다.

우리 주변의 많은 사람들은 나눔에 인색하고 현재의 불편 없는 소유에도 만족하지 않으며 탐욕이 끊이지 않는다. 탐욕과 절연한 진정 행복한 삶은 무엇일까.…“두려움은 적게 희망은 많이;먹기는 적게 씹기는 많이;푸념은 적게 호흡은 많이;미움은 적게 사랑은 많이 하라;그러면 세상의 모든 좋은 것이 당신의 것이다.”-스웨덴 속담…“네 이웃을 사랑하라…친구를 위하여 그 목숨을 버리는 것, 이보다 더 큰 사랑은 없느니라.” 성경 말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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