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류’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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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전 삼성회장은 언론 등 외부와의 접촉을 가급적 피하는 성격이다. 하지만 일단 말문이 터지기 시작하면 직설적인 표현을 써가며 몇 시간이고 말을 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그러다보니 그의 어록은 전환기에 처한 우리사회 전반에 걸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켜왔다.

대표적으로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꿔라”, “앞서 가지는 못할망정 남의 뒷다리는 잡지 말라”는 표현은 경영혁신의 붐을 주도하며 사회변화의 기폭제가 됐다.

특히 그는 1995년 “우리나라 정치력은 4류, 관료와 행정조직 수준은 3류, 기업능력은 2류”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로부터 15년, 우리 정치는 정쟁에만 몰두하며 폭행 등 낯 뜨거운 추태로 나라망신을 시키고 있을 뿐이다. 소위 민의의 전당이라는 국회가 바로 그 중심이다.

▲지금 우리 국회는 고통분담의 사각지대라는 국민적 비판을 받고 있다.

지난 3일 끝난 임시국회는 상임위를 통과한 일부 경제민생법안조차 여당의 무능과 야당의 방해로 처리하지 못했다.

그래놓고 의원들은 회기가 끝나기가 무섭게 너도나도 해외로 몰려나가고 있다.

물론 국익에 필요한 외유는 권장해야할 것이다.

하지만 상당수는 말이 공무출장이지 떼를 지어 놀러가는 모양새다. 갈수록 얼굴이 두꺼워지는 군상들이 아닐 수 없다. ‘노는 국회’를 보는 국민들의 눈은 아랑곳없다는 얘기다. 오죽하면 영국 파이낸셜타임스가 최근호 아시아판에서 “치고받던 국회의원들이 회기가 끝나면 함께 맥주를 마시러 간다”고 비꼬았을까.

▲더욱 가관인 것은 국회의장이 해외로 나가는 의원들에게 ‘장도(壯途) 격려금’ 명목으로 1000달러(약 150만원 내외)의 ‘거마비(車馬費)’를 쥐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거마비’는 수레와 말을 타는 비용이란 뜻의 단순한 교통비다.

국회 사무처는 “그동안 관행적으로 지급했던 돈”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한 푼의 달러라도 아껴야할 때인 점을 생각하면 문제가 적지 않다.

해외출장 의원들은 ‘공무원 여비규정’에 따라 장관급에 준하는 항공료. 체재비. 일비 등을 받는다. 또 ‘국회의원의 외교활동 등에 대한 규정’에 근거해 외교활동비도 받을 수 있다.

외유 의원들은 국가로부터 필요한 돈을 충분히 받고 있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규정에도 없는 특혜성 격려금까지 나오고 있으니 참으로 염치가 없다.

이 것은 분명코 혈세 낭비다.

글로벌 경제위기도 아랑곳 않는, 팔자 좋은 4류 한국정치의 막장 드라마가 기가 막힌다.

<김범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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