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학대 방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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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사회 제주지역 사회문제
도내 보호시설·상담센터 全無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전체 인구의 8.7%에 이르는 등 제주지역도 고령화사회에 접어든 가운데 노인 학대가 큰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자식들에게 학대당하는 도내 노인들은 마땅히 하소연할 곳도 갈 곳도 없다. 경제력을 잃은 상태에서 외부와 차단된 채 학대를 당해도 관심 갖는 이도 드물다.

이에 따라 사회적 무관심과 당국의 안일한 대처가 노인들을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가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노부모 학대하는 자식들
제주시에서 아들과 함께 살고 있는 A할머니(85)는 골다공증과 심장질환 등 병마에 시달리고 있다. 하지만 A할머니는 병원 치료는커녕 약도 없이 홀로 방안에서 외롭게 지내고 있다. 이를 보다못한 딸이 할머니를 대신해 최근 까리따스 노인학대상담센터(1588-9222)에 상담을 의뢰했다.

역시 아들과 살고 있는 B할머니(74)도 툭 하면 술에 취해 행패를 부리고 주먹을 휘두르는 아들 탓에 심한 가슴앓이를 하고 있다. B할머니는 경찰에 신고하라는 주변의 설득에도 “어떻게 어미가 아들을 신고할 수 있냐”며 경찰에 신고하지 않고 있다.

이처럼 자식들에게 애물단지 취급을 받으며 폭언과 냉대, 구타 등 학대를 당하는 노인들이 늘고 있다.

실제로 올 들어 사업자금을 대주지 않는다며 아버지를 폭행하거나 아버지의 손을 묶고 통장을 훔친 뒤 돈을 인출, 유흥비로 탕진한 아들이 구속되는 사건이 잇따라 일어났으며, 지난해에는 치매를 앓고 있는 고령의 아버지를 끌고 다니며 다치게 한 아들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국가인권윈회가 지난해 7월부터 다섯 달 동안 전국 노인 1349명을 대상으로 면접조사를 실시해 최근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3명 중 1명꼴인 37.8%가 1차례 이상 정서적, 육체적 학대를 경험했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인학대 방치
노인학대가 더는 개별 가정의 문제로 남겨둘 수 없는 심각한 수준이지만 학대받는 노인들을 보호할 법적 장치나 관련 시설 등 사회적인 시스템은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현재 노인학대는 형사소송법(존속상해)이나 가정폭력방지법에 따라 처벌될 뿐, 도내에는 쉼터 등 보호시설은 물론 전문상담센터도 전무한 실정이다.

까리따스 노인학대상담센터 박수정 상담원은 “아동학대나 청소년, 여성 문제는 각종 특별법이나 쉼터 등 보호시설 등이 갖춰져 있거나 사회적 관심 속에 보호장치가 속속 마련되고 있지만 노인학대 문제는 거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원광요양원 관계자도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정도의 빈곤 가정이 아니라면 노인이 어떤 학대를 받고 있더라도 즉시 개입해서 보호조치를 취할 수 있는 사회적 장치가 없다”며 “특히 도내에는 상담센터마저 없어 자식에게 불이익이 갈까봐 참고 지내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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