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스 공포와 신용 대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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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바이러스가 전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 바이러스는 박테리아와는 달리 대사활동에 필요한 유전자가 없어 번식을 위해 숙주세포에 침입해야 한다. 야생동물에 살던 바이러스가 돌연변이를 일으켜 사람에게 옮겨오면서 사스 공포가 시작됐다고 한다.

돌연변이 바이러스는 자연계에서 언제나 존재한다. 그리고 돌연변이 결과에 따라 바이러스의 독성이 좌우된다. 바이러스 입장에선 독성이 너무 약해도 좋지 않고 너무 강해도 좋지 않다. 너무 약할 경우 사람의 면역세포에 의해 파괴당하기 때문이며, 너무 강할 경우 숙주인 사람이 죽으면서 생활의 터전을 잃기 때문이다. 지나치게 강력한 독성을 유지하다 자취를 감춘 에볼라 바이러스가 이에 해당한다.

1999년 아프리카 콩고에서 발병해 순식간에 200여 명의 목숨을 앗아간 에볼라 바이러스는 너무 빠른 10일 만에 숙주를 몰살시킨 탓에 자신들 또한 폭넓은 전파에 실패한 채 사라져야 했다. 인간과 바이러스는 지난 수천년 동안 적당한 선에서 서로 힘 겨루기를 해왔다. 바이러스처럼 기업 역시 고객과 적당한 선에서 힘 겨루기를 한다. 기업이 고객의 양분을 지나치게 빼앗으면 고객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바이러스처럼 기업이 고객과 공생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나라의 시장경제는 지금 ‘사스 공포’보다 더한 ‘신용 대란’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 전국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달 말 현재 개인 신용불량자는 약 300만명으로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하였다고 한다. 우리나라 경제활동인구 7.6명 중 한 명꼴로 신용불량자인 셈이다. 더욱 염려스러운 점은 20~30대의 젊은 신용불량자의 수가 전체 신용불량자의 48.6%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회전반에 걸쳐 미칠 파장이 현재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계속된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더하다. 특히 신용카드를 과도하게 사용하다 신용불량자가 된 사람이 전체의 60%에 육박하는 등 신용카드가 신용불량자 양산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현재 미성년자 신용불량자 수는 1만명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청소년들의 카드 보유수가 3~4장에 달하고 있다. 신용카드 회사의 무분별한 회원모집으로 빚어진 결과이다. 또한 신용카드 회사의 연체 잔액 가운데 현금 대출의 연체가 80%를 차지하고 있다. 신용카드 본연의 업무보다는 단기간 고마진의 영양분을 뽑아내는 데 주력한 것이다.

지나치게 강력한 독성 바이러스의 운명처럼, 현금대출은 지난해 상반기까지 20%대의 수수료로 카드사들의 주요 수익원이었으나 지난해 말부터는 부실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카드회사의 근시안적인 마케팅이 경제위기를 초래하고 있다. 90조원으로 추산되는 카드업계의 빚이 금융시장을 짓누르고 있기 때문이다. 신용대란의 문제는 최근 더욱 부정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각종 금융회사들이 갑자기 대출 억제를 하고 각종 수수료를 일시에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개인 신용불량자를 절벽으로 몰아붙이고 있는 형국이다.

사스 확산을 막기 위해 당국이 노력하는 것처럼, 금융회사들은 추가적인 신용불량 확산을 억제하면서 원인을 서서히 제거하는 연착륙을 시도해야 한다. 신용불량자가 면역력을 갖도록 시간을 주어야 한다. 금융회사들은 대출심사기준과 수수료 등을 신용불량 고객이 감내할 수 있는 페이스로 조절해야 할 것이다.

금융회사들이 급격하게 대출을 축소하거나 수수료를 인상하는 것은 고객의 몰락을 재촉하는 것이며, 이는 결국 금융회사의 부실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정부와 금융회사는 신용불량자의 경제 재활처방과 구제책을 마련해야 하며, 체계적으로 경제와 신용 교육을 실시해야 할 것이다. 고객이 살아야 기업이 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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