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칼럼 - 정치 누가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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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의 유혹을 뿌리치는 것은 보통 힘든 일이 아니다. 어지간한 강단 없이는 헤쳐 나가기가 어렵다. 우리에겐 정치를 출세의 길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너나없이 기회만 되면 정치권에 뛰어들려고 한다. 과연 옳은 일인가. 정치는 어떤 사람이 해야 하는가.

나는 지난 20여 년간 정치권으로부터 수없이 많은 유혹을 받아 왔다. 선거 때만 되면 출마할 생각이 없느냐고 물어왔다. 신당 창당 때만 되면 참여할 의사가 없느냐고 타진해 왔다. 어떤 때는 도하 각 신문에 자기들 영입 대상자로 기사화되는 경우도 있었다. 구체적으로 지역구 어디 어디를 주겠다는 제안을 받아 보기도 했다.

오래 전에는 주로 운동권 출신의 과거 친지들로부터 우호적인 권유를 받았다. 그러나 어느 사이에 유명세를 타고 얼굴이 좀 알려진 후에는 정당이나 계파를 막론하고 이곳저곳에서 유혹이 계속되었다.

그런 유혹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총선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내년 봄이면 또다시 총선이다. 또 지금은 각 정당마다 신당이다, 신세력이다, 정계 개편이다 하며 난리굿이다. 이럴 때면 또 한석이라도 힘이 될 만하다고 생각하는 이들은 나를 유혹한다.

그때마다 나는 이렇게 말한다. “난 그런 소릴 20여 년 전부터 들어 왔다. 그러나 나는 정치가 싫다. 왜? 정치꾼이 되기 싫기 때문이다”라고.
그러면 그들은 어김없이 말한다. “정치꾼이 안되면 될 것 아니냐. 당신 같은 사람이 정치판에 들어와야 정치권이 밝아지는 것 아니냐. 정치를 바꾸기 위해서라도 들어와야 한다”고.

참으로 듣기 좋은 말이다. 그리고 반박하기도 어려운 말이다. 그러나 이내 나는 이렇게 내뱉는다. “그런 소리도 한두 번 들은 것이 아니다. 다들 그런 소리에 넘어가 들어간 사람들 아니냐. 그런데도 그 후에 정치가 얼마나 달라졌느냐”고. 이에 대해서는 비판과 충동질도 이어진다. “그것은 패배주의다. 새 역사를 창조해야 할 역사적 책무가 있는 것 아니냐”고.

이렇게 논쟁을 하다 보면 점차 빠져나갈 구멍이 없어진다. 오히려 궁지에 몰려 답변이 궁색해지곤 한다. 맨끝까지 몰린 후에는 이내 이렇게 선언하고 만다. “난 정치가 적성에 안 맞아”하고.

정치는 정치에 적성이 맞는 사람이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의 경우 정치가 내 적성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가장 큰 이유는 그 패거리 작당 근성 때문이다. 정치인들의 패거리 작당 의식은 가히 ‘조폭적’이다. 이런 일은 거기에 적성이 맞는 사람들이 해야 한다.

정치가 나라 살림과 세상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모르진 않는다. 또 정치가 바뀌어야 우리의 삶이 획기적으로 바뀔 수 있다는 것도 잘 안다. 그리고 정치의 변화는 곧 정치인의 변화라는 것도 안다. 그러나 우리에겐 정치에 지나치게 큰 기대를 거는 현상이 있음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특히 과거 왕조시대엔 사농공상(士農工商) 중 ‘사(士) 자’ 중심의 정치인들이 세상을 좌지우지했다. 정치가 사회에서 결정적인 몫을 하던 때다. 그 영향은 지금까지도 크다.

그러나 이젠 다원화된 시대다. 세상을 움직이는 힘은 정치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각자가 제 적성에 맞는 일을 찾아 최선을 다할 때 그들이 역으로 정치인을 바꿀 수도 있는 세상이 되었다.

지금 같은 세상, 그리고 앞으로 다가올 세상에서는 차라리 정치를 평가절하하거나 과잉기대를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축구에서, 골프에서, 과학에서, 수학에서, 그리고 종교에서, 교육에서… 그 어느 곳에서든 세상을 바꾸고 좋은 일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청소년 교육에서도 마찬가지다. 과거 같으면 ‘사(士) 자’인 정치인이 되는 것이 출세의 길이라고 가르쳤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아니다. 그런 획일적인 ‘사(士) 자’ 전성시대는 갔다. 각자가 각자의 분야에서 마음껏 성공할 수 있는 각자 전성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나라 살림에서 정치는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이 다원화된 사회에서 정치는 세상사의 여러 중요한 일들 중 하나일 뿐이다. 정치인들도 제 분수를 알아야 하고 그런 정치에 적성이 맞는 분들이 분발해 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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