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각과`기억사이
망각과`기억사이
  • 김범훈 기자
  • 승인 2009.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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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 삶이 메말라지는 것을 실감하는 요즈음이다.

뼛속까지 파고드는 내수경기 한파가 우리를 더욱 힘들게 한다.

그럴수록 삶의 눈높이를 보다 낮게 잡을 필요가 있다고 한다.

혹자들은 1960, 1970년대를 잊지 말 것을 조언한다.

그 때의 삶은 지금에 비하면 극빈층이나 다름없었다.

그럼에도 가난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비록 먹을거리만 해도 당시의 조밥과 자리젓갈 반찬 등 보잘 것 없었다.

이 또한 지금의 황제식단과 비교해도 부족함이 없었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물론 그러한 느낌은 사람에 따라 다를 수 있다.

▲흔히 인간은 망각(忘却)의 동물이라고 한다.

의학적으로도 시간이 흐를수록 생리학적 기초가 변화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은 널려진 이론이다. 신경의 기억 흔적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쇠퇴하거나 명료성을 잃어버린다는 의미다.

그렇다고 망각 자체가 죄악이라는 것은 결코 아니다.

철학자들은 잊어버리는 것이야말로 삶을 올바르게 상기(想起)시키는 일이라고 말한다.

창조적인 두뇌를 만들려면 자꾸자꾸 잊으라는 공부법도 있다.

잘 기억하려면 잘 잊어야 한다는 얘기다.

그래서인지 망각은 축복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이 때문에 기억과 망각은 동전의 양면처럼 떼 낼 수 없다고 한다.

▲정작 문제는 다른 데 있다.

인간의 망각은 오묘해서, 잊어야할 일은 잊지 않고 잊지 말아야 할은 잊기 때문이다.

불리한 기억은 지우고, 유리한 기억만 또렷하게 떠올리는 경향이 강하다는 의미다.

그러다보니 ‘죽은 사람의 혼이 그 강물을 마시면 생전의 과거를 모두 잊어버리게 된다’는 그리스 신화의 ‘레테(Lethe)의 강’까지 자주 인용될 정도다.

그러나 흘러간 일이라고, 나쁜 기억이라고 해서 망각의 강물을 마시는 자기위안만 계속하면 어떠한 발전도 없다.

현재의 삶이 아무리 각박한 상황일지라도 어려웠던 지나온 삶을 잊지 않는 마음의 여유가 필요한 시점이다.

망각과 기억사이, ‘함께’라는 존재감을 되새겨 본다.`<김범훈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