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때일수록 근본에 충실하고 급할수록 시장의 상황을 면밀히 관찰.분석해 대응하는 지혜, 즉 제주 고유의 빛을 훤히 비춰줄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
관광(觀光)이라는 문자는 중국 주(周)나라 시대의 역경(易經)에 “관국지광 이용빈우왕(觀國之光 利用賓于王)”이라 하여 ‘나라의 빛을 본다’는 뜻으로 처음 사용되었는데, 제주를 찾는 관광객에게 과연 우리의 빛을 얼마나 구체적으로 보여주고 있는지 진지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목관아지 복원은 우리 제주의 빛을 잘 보여주는 사례지만, 산지천에 있는 중국 피난선 복원사업은 중국인 관광객을 유치할 목적으로 추진됐으나 찾아오는 중국인 관광객이 미미해 뜻있는 분들의 지적이 수요 예측을 제대로 못하여 예산만 낭비했다고 안타까워 하고 있다.
필자는 건입동에 살고 있어 피난선 앞을 지나가는 경우가 많은데, 볼 때마다 제주의 빛이 아니라 중국의 빛을 왜 여기에서 비추고 있는지 아쉽게 느껴진다.
우리나라 국사책에 보면 일제시대 산지항 건설 당시 부근 용암동굴에서 한무제(漢武帝) 때 쓰던 오수전(五銖錢), 중국 신(新)나라 때 왕망(王莽)의 화천(貨泉), 한경(漢鏡), 동검(銅劍), 토기(土器), 석부(石斧) 등 유물이 나와 제주의 선민들은 한사군(漢四郡)시대로부터 육지와 교역하여 생활을 영위하였다고 하고, 한유서(韓愈書)에 탐라의 상선이 중국 광저우(廣州)에 폭주한다는 기록이 있는데 이는 우리 선조들이 광둥(廣東)까지 진출하여 중국과의 빈번한 교역아 있었음을 말하며, 또한 한라산에는 재목이 많아 탐라인이 만든 선박은 크고 단단하였다고 하니 선조들의 조선술과 항해술이 뛰어났음을 짐작케 한다.
이러한 역사적 사실을 조명하여 중국 피난선 복원장소에 철저한 고증을 통해 옛 탐라왕국 선조들이 만들었던 선박을 설치하고 그 내부에는 다른 나라와 교류했던 여러 가지 물건(원본을 못 구하면 복사 및 모조품)을 전시하여 우리 선조들의 빛을 보여주는 것이 타당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관광은 볼거리를 어떻게 포장하여 보여주느냐에 따라 질적으로 차별화되고, 동시에 보여주는 방법의 설득력 여하에 따라 성공 여부도 결정된다.
앞으로 추진될 조선시대 제주지역의 유일한 사학기관이었던 ‘귤림서원(橘林書院)’ 복원사업, 또한 제주지역 노인들의 장수 원인을 체계적으로 연구하고 장수마을을 발굴하여 실버관광 브랜드 상품으로 개발, 제주를 세계적인 장수지역으로 육성하기 위한 ‘제주장수사회연구센터’ 설립 등은 우리 제주의 빛을 발하는 사업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이러한 사업을 발굴하는 데 우리 모두의 지혜를 모아야 하겠다.
관광은 지역문화의 토대 위에서 성장, 발전하는 것이다. 제주의 문화유산이 결코 다른 지방에 비해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제주관광이 살려면 제주만이 간직한 문화, 즉 제주의 빛을 만들어 보여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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