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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상의 문자들 중 집을 말하는 글자가 가장 많은 것은 중국의 한문일 것이다. 또한 한문 중에서도 같은 뜻을 가진 글자 중 가장 많은 것이 역시 집을 말하는 글자일 것 같다.

우선 ‘천자문’ 중 두 번째 구절에서부터 집이라는 글자가 두 개나 나온다. 집 우(宇)와 집 주(宙)가 그것이다. 이 두 글자가 합쳐진 우주(宇宙)라는 집은 누가 뭐래도 이 세상, 저 세상 통틀어 가장 넓고 큰 집이다.

종교계에서 아무리 극락과 하늘나라를 말한다 해도 중국 후량(後梁)의 주흥사(周興嗣)가 천자문에서 읊은 우주라는 집을 벗어날 수가 없다. 신인들 어찌 우주 만상의 현상에서 떠날 수가 있겠는가.

후세의 시인들도 다르지 않다. “하늘을 지붕 삼고 구름을 이불 삼아…” 어쩌구 저쩌구 낭만을 읊더라도 벌써 주흥사가 선수를 쳐 ‘우주’라는 두 글자로 읊조려 버렸다.

집 소(巢)라는 글자도 있다. 이 ‘소’는 새 등 짐승과 벌레 등 미물의 집을 말한다. 그래서 소는 가장 넓은 집 우주에 비해 가장 좁은 집이 될지도 모른다.

집 당(堂)은 사람이 영적으로 가고자 하는 집일 수 있다. 천당(天堂)이 그곳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큰 집 전(殿)을 선호하기도 한다. 여기서 큰 집은 곧 궁궐을 말한다. 요즘 같으면 청와대라고나 할까. 대통령이 되려고 정치인들이 그토록 싸우고 뜯고 하는 것을 보면 큰 집이 좋긴 좋은 모양이다.

아주 나쁜 집들도 있다. 그 집들은 더러 집 옥(屋)이나 집 가(家) 중에 있다. 북망산 아래의 띠집, 즉 모옥(茅屋)은 대표적으로 나쁜 집이다. 토정비결 중에 최악의 운세가 북망산하 신건모옥(北邙山下 新建茅屋)이니 말이다. 북망산에 새로 띠집을 짓는다는 것은 무덤을 만든다는 뜻이다. 집 가(家) 중에도 흉가가 있는데 이 역시 좋을 리 없다.

이처럼 집을 의미하는 한자는 적지 않다. 이밖에도 집 택(宅), 집 사(舍), 다락집 각(閣) 등등 헤아리자면 한이 없다.

이렇듯 갖가지 집들이 많다보니 사람들은 좋은 집, 나쁜 집 가리지 않고 기회만 있으면 5~6채씩 소유하고 있나보다. 엊그제 국세청 발표를 보니 주택을 4채 이상 보유한 사람이 1만7986명, 5채 이상도 1만6752명이라고 한다.

최근 정부 고위공직자 재산 공개 때도 어느 장관은 서울에만 아파트 2채, 주택 1채, 오피스텔, 그리고 근린시설 등을 갖고 있는 것으로 밝혀져 화제가 됐었다.

부지런히 돈 벌어 집을 몇 채 소유한들 무슨 상관이랴만, 4채 이상 보유자가 3만명을 넘어서면 그들에 의해 집 값이 오도될 수밖에 없다. 이 통에 서울의 아파트는 지어도 지어도 부족하다.

소유한 집이 지나치게 많으면 그게 원인이 돼 흉한 일도 있을 수 있는 법이다. 새는 숲 속에서도 하나의 가지에만 집을 짓는다(巢林一枝)고 한다. 한 채의 집으로 만족할 수 있는 덕목을 새에게서 배우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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