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장 파괴가 과연 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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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당당한 한 인사가 개혁이란 명목하에 실천한 ‘복장 파괴’가 사회적인 이슈가 돼 논란이 된 적이 있다. 그것을 접한 필자로서는 여러 가지의 미묘한 생각들이 엉겨서 그 이슈에 대한 결론을 어떻게 내려야 할지 착잡한 심정이다.

그 이유는 복장 파괴를 행동한 그 분의 의도도 충분히 설득력이 있고, 또한 복장에 대한 매너는 과거뿐만 아니라 현재.미래에도 전세계에 통용되고 있는 규범이라서 지향해야 할 매우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복장 파괴에 대해 옳고 그름의 차원이 아니라 나름대로의 견해를 피력하고자 한다.

복식은 신체가 환경에 잘 적응하도록 도와주는 물리적 기능과 인간이 사회에 잘 적응하도록 도와주는 사회적 기능을 한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복식이 각 사회나 문화권마다 적합한 차림새의 기준이 있어서 이에 합당할 경우에는 주위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이에 부적합할 경우에는 부정적인 반응을 받는다.

즉, 개인의 역할과 신분에 적합하지 않은 복장은 주위로부터 부정적인 반응을 받게 되므로 복식을 선택할 때 주위의 반응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이는 무성의 언어(non-verbal language)인 복식이 착용자에 대한 여러 가지 정보를 알려주는 상징적 커뮤니케이션의 기능을 갖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복식을 통해서 성별, 연령, 결혼 상태, 경제적 지위, 사회계층, 교육 수준, 직업, 종교, 소속집단, 성격, 이념, 미적 감각 등 착용자에 대한 정보가 전달된다. 물론 이러한 내용의 전달은 의복 단서가 갖는 상징성과 이에 대한 사람들의 고정관념에 근거한 것이다.

그러므로 인간은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관례나 규범을 따라야 할 경우가 많다. 표면적인 예이긴 하지만 장례식장에서는 검정색 옷을, 공식적인 모임에서는 정장을, 운동하러 갈 때에는 운동복을 입는 것처럼 시간(time), 장소(place), 경우(occasion)에 맞게 적절한 의복을 선택해야 한다.

이 개념을 T.P.O라고 하는데, 자신의 체형이나 이미지에 맞는 의복을 선택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하게 지켜야 할 규범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T.P.O에 적합하지 않은 ‘평상복의 정장화=복장 파괴’를 ‘개혁’이란 공식으로 기술하기보다는 오히려 그런 의도였다면 ‘해체’라는 용어가 더 적합하다고 본다. ‘개혁’이란 정치, 사회상의 구체제를 합법적, 점진적 절차를 밟아 고쳐 나가는 과정을 의미한다면, ‘해체’란 기존의 규범적 관습과 단순한 고정관념을 깨뜨리는 것을 의미한다.

복장 파괴를 통해서 기존의 개념을 부정하고 전통을 배제하거나 파괴하기 위해 새로움을 추구하고자 함이 그 분의 의도일거라 생각하고, 개혁의 의도로 기존의 복장 관습으로부터 이탈된 행동이 너무 시기상조가 아닌가 싶다.

조심스럽게 의견을 말하자면, 국민을 대표하는 신분으로서 장내에서는 그 곳의 T.P.O에 적합한 복장을 해야 하며, 장외에서는 간편한 차림인 평상복을 함으로써 국민들에게 개방적이고 여유로운 모습을 보여주어 상대방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본다. 타인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복장이라면 국민에게서 신뢰와 추진력, 책임감을 심어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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