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방 본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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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초등학교 저학년 국어시험에 출제됐던 재미있는 문제다.

대충 소개하면 이런 내용이다. ‘옆집에 새로 이사 온 이웃이 인사를 겸해 떡 바구니를 가져왔습니다. 그러면 그 이웃에게 어떤 말로 인사를 해야 할까요?’.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라는 뜻을 담은 내용이 문제에서 요구된 정답이다. 하지만 정답 못지않게 의외의 글을 적어낸 어린이들도 많았다고 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정답을 적어낸 어린이들도 있었지만, ‘뭐 이런 걸 다’란 뜻의 내용도 많았다고 한다.

일부 어린이들이 부모들의 했던 말과 행동을 그대로 따라해 적었던 것이다. 그저 ‘픽’하고 웃어넘겨 버릴 수도 있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상당한 의미가 내재돼 있다. 자녀들이 부모를 따라하는 ‘모방’ 영향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이건 서로 어울리는 시간이 많고 좋아하는 사람들의 태도와 습관, 행동을 모방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고 한다.

25년간에 걸친 하버드대학 데이비드 매클리랜드 박사의 연구가 그 실증 사례다.

함께 어울리는 집단의 사람들이 부정적일 경우 그 사람들 역시 부정적 상황에 놓일 가능성이 크다는 결론을 내렸다. 나아가 영국의 심리학자 수전 블랙모어는 인간을 모든 동물과 근본적으로 구별하는 것은 언어가 아니라 모방이라고 주장할 정도니, 그 위력이 대단한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우리사회도 오래전부터 모방본능의 위력을 믿었던 것 같다. 예나 지금이나 자녀들이 학창시절 내내 부모들에게서 ‘좋은 친구와 어울려라’는 등의 말을 귀가 따갑게 들으며 생활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 세상에서 자녀들의 모방 본능과 관련해 부모들의 영향력은 어떤 대상보다도 클 수밖에 없다.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유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부모의 행동과 표정, 습관을 따라 하듯 성인이 될 때까지 마치 스펀지처럼 쉽게 흡수하여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 부모들은 경제적·사회적인 현상 탓인지, 자녀들의 모방 본능에 대한 관심은 예전 같지 않은 분위기다. 자녀들의 미래에 대한 행복을 걱정하면서도 정작 이혼과 가정폭력 등 가정문제가 크게 늘고 있는 것만 봐도 그렇다.

중요한 것은 자녀들의 진정한 행복은 가정에서 시작될 때 그 빛이 발한다는 점이다.

<송용관 남부지사장 겸 남부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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