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의 땅 러시아 극동지역을 가다 - 도로·리모델링 한창 변화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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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항을 출발해 꼬박 55시간을 항해하고서야 블라디보스토크항에 입항했다.
항구와 시베리아횡단열차(TSR)의 출발역이자 종착역인 블라디보스토크 중앙역이 인접해 있다.
올해로 완공 101년째를 맞으며 ‘철의 실크로드’로 불리는 TSR은 현 정부 출범 이후 적극적인 추진 의지를 보여온 한반도종단철도(TKR)와 연결 사업 때문에 더욱 세인의 관심을 끌어왔다. 지난달 14일부터 지난달 말까지 양국 인사 250명이 참가한 가운데 지구 둘레 3분의 1에 해당하는 총연장 9300㎞에 이르는 시베리아 횡단철도 전역을 따라가면서 경제.문화행사를 펼치는 사상 초유의 한.러 친선 특급 행사가 열리기도 했다.
‘동방을 점령하라’는 뜻을 지닌 블라디보스토크는 거대한 러시아의 극동 연해주의 행정수도로서 극동 지역에서 하바로프스크 다음 가는 큰 도시다.
러시아 태평양함대 기지가 들어서 있어 개방되지 않았다가 페레스트로이카(1992년) 이후 처음 개방되기 시작됐다.
최근 들어 블라디보스토크는 크게 변화하고 있다.
항구 도시답게 활력이 넘치고 거리를 활보하는 미니스커트 차림의 팔등신 여인들은 정열적인 인상을 풍기고 있다.
극동의 부동항으로 미국과 겨루던 태평양함대가 쇠퇴하면서 활력을 잃어가던 예전의 군사도시가 아니다.
블라디보스토크가 TSR과 TKR의 최대 중계기착지가 될 가능성이 예견되면서 그만큼 기대도 커지고 있다.
오는 9월 개최되는 ‘아태경제협력체(APEC) 포럼’을 계기로 거리마다 도로와 건물 리모델링 등 기반시설 확충에 한창이다.
연해주는 블라디보스토크 일대를 무역과 관광의 중심지로 만든다는 야심찬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시내 곳곳에 대형 크레인이 들어서 있고, 낡은 건물들에 새로운 페인트가 칠해지고 있다. 바닷가 주변 전망 좋은 곳에는 붉은색 벽돌로 지어진 고급 아파트들과 빌라들이 늘어서 있다.
그러나 도로사정과 교통, 거리 환경, 화장실 문화 등은 여전히 낙후된 실정이다. 최근 소매치기가 극성을 부리고 있어 심야에 거리를 나서기가 힘들 정도로 치안 상태가 불안하다.
블라디보스토크 거리 풍경은 한국의 중소도시로 착각할 정도다.
레닌 동상이 세워진 중앙역 광장을 비롯해 도시 전역에서 한국에서 들여온 낡은 중고 버스들이 시내버스와 관광버스로 운행되고 있다. ‘아름다운 제주’라는 광고문구가 적힌 제주시 시내버스를 비롯해 부산.경남 지역 시내버스, 학교와 학원 통학버스 등이 국내에서 사용됐던 행선지와 광고 문구가 그대로 표시된 채 운행되고 있다.
이곳 자동차들은 모스크바와는 달리 좌, 우 운전석이 모두 허용되지만 승객을 태우는 영업용 차량의 경우 반드시 오른 쪽에 출입문 2개가 있어야 하는 현지법에 따라 한국 버스가 부산항에서 많이 들어오고 있다.
현재 교역 상대국 80개국 가운데 미국, 중국, 일본, 한국, 싱가포르 등 5개국의 비중이 80%를 넘는다. 현재 30여 개의 한국 기업이 진출해 있다.
시내 곳곳에서 삼성과 LG 광고를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시내에서 가장 규모가 큰 호텔이 현대호텔이다.
태평양함대 군함들 사이에서 운영되고 있는 거대하면서도 화려한 카지노 선박은 변화의 바람을 상징하고 있다.


블라디보스토크 중앙역에서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타고 11시간 후에 하바로프스크역에 도착했다. 달려도 달려도 창 밖의 풍경은 금빛으로 물든 자작나무와 변하지 않는 대지의 장엄함 그 자체이다.
우수리강과 아무르강의 합류지점에 위치한 하바로프스크는 인구 80만명의 도시로 강이 있는 도시가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하바로프스크는 중국과 접경지대이다. 아무르강 대교를 지나 접경지역에는 국경수비대가 국경 초소를 지키고 있다. 중국 훈춘지역을 오가는 주민들은 통행증이 있어야 하며 외국인 관광객은 러시아와 중국 비자를 갖고 있어야 국경을 넘나들 수 있다.
시내 곳곳에는 도로공사를 하면서 옛 소련 기념탑이 철거되고 레닌 광장에는 나이트클럽이 들어섰다.
아무르강의 길이는 하바로프스크 지역 안쪽 1000㎞를 포함해 무려 4400㎞에 이른다. 아무르강 언덕에서 아무르강의 전경을 바라보면 하바로프스크를 가로질러 흐르는 아무르강(흑룡강-중국)의 용틀임과 현대식 공단의 조화는 한편의 파노라마 사진을 보는 것 같은 장관을 연출한다.
아무르강은 수천여 명의 시민들이 유람선을 타거나 강변에서 일광욕과 수영으로 피서를 즐기는 최대 휴식처이다.
아무르강에서는 200㎏에 가까운 철갑상어가 잡히기도 한다.
하바로프스크 근교에는 2차 대전 이후 정부가 난민들이 임시 생활할 수 있도록 지은 집단주거지 ‘바라크’가 있다. 5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이곳에는 주민들이 살고 있다.
2층 목조건물로된 집집마다 각각 8가구가 모여 살고 있다.
정부 관리에서 벗어나 지금은 빈민층들의 주거지로 이용되고 있으며 한 겨울에도 실외 공동 수도를 사용한다.
시 외곽 지역에는 주말농장과 비슷한 전직 군인 가족 등 상류층의 여름 별장인 ‘다차’들이 즐비하다.
도심지 아파트 주차장이나 노상에 주차된 차량을 거의 볼 수가 없다.
밤이 되면 차량 1대를 넣을 수 있는 자신의 차고지에 입고시키기 때문이다. 시의 주차난 해소 정책 때문이 아니다. 차량 타이어를 비롯해 부품 도난이 워낙 빈번하기 때문에 도난을 방지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이곳에서 밤새 노상에 주차를 시킨다면 ‘이 차는 당신 것이니 마음대로 하세요’라며 차를 내 준 것이나 다름없다.
제주대 김성준 교수(행정학과)는 “자원의 보고인 러시아 극동지역은 관광과 무역, 해양도시로 도약할 수 있는 무한한 잠재력을 갖고 있다”며 “최근 취업난에 허덕이는 한국의 젊은이들이 이 지역의 틈새 시장을 노려 관광, 무역업 등에 도전해 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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