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로 호감, 마음으로 호감”…‘그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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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범 3개월도 안 된 노무현 정부에 대해 이런저런 말들이 쏟아지고 있다.
가장 두드러진 얘기는 대통령이 많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6박7일간에 걸친 방미 기간중 대통령이 보여준 대북 및 대미관의 파격적 변신에 공식 수행원들도 놀랐다 한다.

인터넷에선 찬반 격론이 계속되고, 전문가들과 정치권 심지어 학생들 사이에도 방미 평가가 엇갈린다. 한.미 동맹관계를 재확인하고 신뢰를 회복했다는 긍정적 평가가 지배적이지만, 방미내내 저자세 외교와 친미적 언행으로 일관한 굴욕적 외교였다는 혹평도 드세다.

심지어 햇볕정책의 계승자임을 자처해온 노 대통령이 “북한이 하자는 대로만 따라 할 수는 없다”고 말한 것과 관련, 자칫하다간 DJ정부에서 햇볕정책을 둘러싸고 빚어졌던 남남 갈등도 재연될 조짐이다. ‘친미 행보’ 후폭풍이 만만치 않아 보이는 대목이다.

그런가 하면 국정운영 자체를 질타하는 목소리도 거세다.
우리 사회가 총체적으로 무질서와 혼란에 빠져 있다는 것이다. 머리띠를 두르고 목소리 높여 파업만 벌이면 집단이기주의를 관철시킬 수 있다는 인식이 사회 전반에 만연돼 있다.

정부는 이번 물류대란을 야기한 화물연대의 운송 거부사태에 대해 법과 원칙을 지키겠다던 다짐을 어겼다. 특히 화물차의 경유세 인상분을 전액 국고보조금으로 지급키로 해 정부 스스로 세금 체계의 근간을 뒤흔들어 버렸다. 앞으로 택시업계가 형평성을 주장하며 액화석유가스(LPG)에 붙는 세금 인상분을 보전해 달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참여정부 출범 후 연전연승한 노동계의 요구가 더 강력해질 것임을 예고하는 것 같다.

시중 얘기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권력의 심장’ 청와대의 공직기강을 꾸짖는 소리들도 갈수록 목청을 높인다. 방미 중이던 노 대통령이 화물연대의 운송거부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청와대에 전화를 걸었으나 당직근무자가 잠을 자는 바람에 통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도저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그것도 국가 원수가 외국에 나가 있는 상황에서 말이다. 이렇게 되면 국민이 대신 불침번을 서야 할 판이다.

광주에서 열린 5.18민주화운동 기념행사에선 한총련 순례단의 시위로 노 대통령이 뒷문으로 입장하고 퇴장하는 초유의 공권력 무력현상이 빚어졌다. 참으로 개탄할 일이다.

왜 이 같은 일이 벌어질까. 정부 관료들의 위기관리 능력 부재, 근무기강 해이, 책임 떠넘기기 등을 보는 국민들은 울화통이 터진다.
상황이 여기까지 온 데는 참여정부 실세들의 책임이 절대적이다.

특히 참여정부의 정권 창출의 공신이라는 ‘新 3部’가 국정운영 시스템을 좌지우지하는 상황이다. 신 3부란 노조.시민단체.네티즌을 일컫는다. 이들은 정부 정책의 기조마저 뒤바꿀 정도로 파워를 발휘하면서 국정 혼선의 원인이라는 지적도 끊이지 않는다.

그러나 다행스러운 것은 노 대통령이 DJ와는 달리 국정운영 초기에 문제가 발생하고 있음을 솔직히 인정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대통령은 최근 국정운영 방식이 과연 이대로가 좋은지 종합적으로 리뷰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고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전한다.

지난 18일 전남대 특강에선 “노무현이 변한 것 같다고 하는데 정말 그렇다. 나는 끊임없이 변화해 왔다”고 스스로 자신의 모습을 반추하기도 했다. 재야시절의 생각과 조건이 대통령이 된 지금, 그에 맞게 변화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를 두고 “노 대통령의 실용주의적 면모”라고 핵심 참모들은 말한다. 한.미 관계를 친미냐, 반미냐의 이분법으로 접근할 게 아니라 국익의 관점에서 봐야 한다는 것이다.

노 대통령은 방미 중 “미국에 올 때 머리로 호감을 가졌으나, 이틀이 지나면서 마음으로 호감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귀국해서는 자신의 전통적 지지기반인 노조의 일부 행태에 대해 깊은 실망감을 표명, 앞으로 법과 원칙에 무게를 둘 것이란 기대감을 높인다. 경제계를 국정운영의 중요한 파트너로 인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노 대통령이 실용주의적 관점에서 과연 어떤 국정운영 패러다임을 펼쳐나갈지 ‘그 후’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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