香水는 향기로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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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전만 해도 가족을 중심으로 말뚝처럼 한 곳에 박혀 흙속에서 살아온 우리는 지금 대단한 향수(香水)병에 걸려 있다. “

흙속에서 자란 내 마음 파아란 하늘빛 그리워” 정지용의 시 향수(鄕愁)라면 오죽이나 좋을까? 따가운 햇살 아래 땀과 흙냄새가 혼합된 향수 냄새는 이제 맡을 수 없다.

대신 명품으로 치장된 옷이나 장신구에 코드가 맞는 외국산 향수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가고 있다.

제주국제공항 면세점은 지난해 말 개장 이후 향수 판매로 호황을 맞고 있다. 25개 품목 150여 브랜드 중 유독 잘 팔리는 품목이 양주와 향수다. 명품이라면 죽다가도 깨어나는 속성에 구매자들의 눈빛부터 달라진다.

명품도 명품 나름이지만 프랑스산에 뒤질 수 없다는 이탈리아산 불가리, 미국산 케빈 클라인을 찾는 발길은 뜸하다. 하지만 프랑스의 샤넬, 버버리, 구찌 중에서도 최고는 샤넬이다.

영악한 프랑스인들은 지구촌 각 나라만이 가진 풍토적 냄새에 착안한 것 같다. 한국인의 마늘 냄새에는 버버리가 취향에 맞고, 미국인의 노린내와 일본인의 비린내, 중국인의 고린내에는 구찌가 좋고, 치즈와 육식을 즐기는 유럽인들을 위해서는 그 기호에 알맞게 식물성에서 채취한 샤넬을 만든 것 같다.

연휴 기간인 5월 5일 하루 샤넬 판매액이 1억4000여 만원이라면 누가 믿겠는가.

잘 찾고 잘 팔리는 이유로는 제조기술이나 비법도 있지만 수백년동안 이어온 전통과 장인정신을 들 수 있다. 하나를 만들어도 내 품 속으로 유혹하는 무서운 정신으로 최고가 되고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것일 게다.

향수판매대 앞을 지날 때마다 집 마당에 심은 감귤 나무가 생각난다. 봄철 하얀 꽃봉오리가 개화하면 은은히 풍기는 향긋한 냄새를 잊을 수 없다. 제주에서 생산되는 유채꽃, 한란 등의 향수도 잘 팔리지만 감귤 꽃잎에서 액을 채취한 향수는 전국적으로 많이 알려져 있다.

하지만 체취가 서양인에 비해 약한 편이어서 이들이 만든 향수를 사용하면 오히려 역효과와 거부감을 느낄 수 있다고는 하지만 이게 문제다. 향수제조업체쪽에서는 섭섭하겠지만 사용하는 사람들의 말은 다르다.

“냄새가 강하게 풍긴다”, “하루가 지나면 증발한다”, “향긋한 감귤냄새가 아니다. 연한 향수도 있지만 진한 향수와 별 차이 없다”.
이래서 외국산 향수를 구입하는 사람들을 폄할 수 없다. 하늘과 땅 사이라는 인식은 우리가 생각하기에는 당착과 넌센스다.

따라서 구매자의 취향을 분석하자. 전세계 향수를 수집해 냄새를 비교하자. 1년, 10년이 걸려도 샤넬보다 더 좋은 향수를 만들기 위해 연구하는 장인정신을 갖자. 최고의 향수는 향기로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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