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된 사후관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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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푸치니 음악의 화려함을 상징하는 오페라 ‘투란도트’가 우리나라에서 상연돼 큰 성공을 거두었다.

야만적인 잔인함을 진실된 사랑의 힘으로 극복하는 내용을 주제로 하는 이 오페라는 샌프란시스코 오페라의 주역 배우들의 호연과 독창적인 무대 디자인이 조화를 이뤄 관객과 비평쪽에서 모두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두었다.

이 공연은 국내 오페라 사상 최고의 제작비인 50억원이 투입돼 1997년 이탈리아 공연과 1998년 중국 자금성 공연보다 규모가 2배나 됐고 특히 세계적인 영화감독 장예모가 연출을 맡아 공연 전부터 큰 화제가 됐다.

그런데 이 오페라가 공연된 장소가 눈길을 끈다.
‘투란도트’가 공연된 곳은 지난해 월드컵 4강 진출의 뜨거운 열기가 아직 식지 않은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이기에서다.

공연도 흥행에 성공했지만 장소를 빌려준 서울시는 임대료로 17억원을 받았다고 한다.

서울시가 상암월드컵경기장을 활용해 벌어들이는 수익이 올해 100억원에 달할 거라고 한다.
70여 억원의 관리운영비를 빼더라도 큰 수지가 맞는 셈이다.

서울시는 송년회 같은 경우 잔디그라운드가 훤히 보이는 VIP실을 일반인들에게 모임장소로 빌려주는 등 다양한 활용방안을 만들어 이 같은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 실정은 어떤가.
지난해 월드컵 경기가 열린 전국의 축구장 중 가장 아름다운 경기장으로 뽑힌 우리의 ‘제주월드컵경기장’은 자칫 애물단지로 전락할 위험이 큰 실정이다.

월드컵 경기가 끝난 뒤 지금까지 특별히 수익을 창출할 만한 이벤트가 거의 없었다.

수익은커녕 연간 10여 억원에 달하는 관리운영비만 나가야 할 판이다.
1125억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이 들어간 월드컵경기장이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다면 서귀포시뿐 아니라 제주도 전체적으로 막대한 손실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서귀포시가 사후활용을 위한 노력을 안 한 것은 아니다.

시는 우선 경기장내에 수익시설로 시멕스영상체험관을 유치한 한편 국가대표 제2선수촌이나 프로축구단 창단, 내국인면세점 유치 등 다양한 활용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실제로 시멕스영상체험관의 경우 최근 풍림개발과 계약을 맺기는 했으나 연간 부지 및 건물 사용료가 1억원에 그쳐 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국가대표 제2선수촌 등 다른 활용방안들도 중앙정부 등의 미온적인 태도로 사실상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거창하고 가능성이 희박한 계획에만 매달리다가는 정말 월드컵경기장이 골치덩어리가 될지도 모르겠다.

큰 계획은 큰 계획대로 추진은 하되 당장 적은 액수나마 실현 가능하고 수익이 창출될 수 있는 그런 활용방안들을 하나하나씩 발굴하는 노력이 있어야겠다.

청소년들에게 인기있는 그룹 초청공연 등 나름대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것들이 의외로 주변에 많다.

무리한 계획들은 과감히 포기하고 실현 가능한 사업부터 찾아내 추진할 수 있는 발상의 전환이 행정에도 필요하다 하겠다.
수익은 내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시민의 혈세를 경기장 운영비로 쏟아넣는 일은 없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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