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軍의문사대책위 ‘전경 총기 사망’ 현장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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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들 “자살할 이유 없다”

작년 온평리 해안·올해 남원리서 2명 숨져
대책위·유족 “죽음 과정서 무수한 의혹”
경찰 “초소 근무 당시 정황상 자살 결론”


2002년 10월 28일 남제주군 성산읍 온평리 소재 전경초소 인근 해안에서 ‘탕’하는 한 번의 총성이 울렸다. 그리고 3개월 후인 지난 1월 27일 남원읍 소재 모 민박집 공터에서 ‘탕, 탕’하는 두 번의 총성이 울렸다.

같은 부대에서 근무하는 전경대원이 3개월 간격으로 새벽시간대에 총상을 입고 숨지는 사건이 잇따라 발생, 전경부대의 허술한 총기관리가 도마에 오르는 등 파장이 계속되고 있다.

수사에 나선 경찰은 사체 부검, 현장 감식, 거짓말탐지기 수사,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정밀 감식 의뢰 등 다각적인 조사를 통해 사실상 ‘자살’로 결론을 내리고 사건을 종결했다.

그러나 천주교인권위원회 군의문사진상규명과 군폭력 근절을 위한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와 유족들은 “자살할 이유가 없다”며 끊임없이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대책위와 유족들은 “국가는 국토방위를 위해 군대에 간 자식들을 군복무 기간 보호해야 할 책임이 있다”며 “정확한 사인이 밝혀지지 않으면 억울한 죽음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고 명확한 사건의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촉구하고 있다.

이들은 이에 따라 29일 온평리 현지에서 현지조사를 실시하는 등 31일까지 총기사망사건 현장에서 조사를 벌이고 있다.

▲사건 개요=지난해 10월 28일 오전 6시5분께 남군 성산읍 소재 온평초소 인근 해안에서 조모 일경(당시 21.전북 전주시)이 이마부분에 총상을 입고 숨진 채 발견됐다.

숨진 조 일경은 당시 야간근무 철수시간을 앞두고 매복장소에서 30여 m 떨어진 바위 옆에서 사체로 발견됐으며 조 일경 옆에는 M16 소총이 반자동상태로 있었고 탄피 1개가 놓여 있었다.

3개월 후인 지난 1월 27일 오전 6시께 남군 남원읍 소재 태흥초소 비안봉분견초소 근무자인 한모 이경(당시 21.전북 전주시)이 머리에 총을 맞고 숨진 채 발견됐다.

발견 장소는 당시 초소에서 직선거리로 100m 떨어진 모 민박 뒤뜰공터이며 한 이경은 K2 소총 1정과 탄약함 열쇠 2개 등을 갖고 있었다.

▲대책위 및 유족 의문 제기=대책위와 유족들은 두 사건이 소대만 다를 뿐 같은 부대에서 유사한 형태로 발생했을 뿐만 아니라 자살동기가 뚜렷하지 않은 데다 현장훼손, 탄약입수 경위의 모호함 등 죽음에 이르는 과정에 무수한 의혹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조 일경 총기사망과 관련, 대책위와 유족들은 전경초소의 관리 허술성, 탄약함 열쇠 3개가 모두 조 일경 옆에서 발견된 점, 목격자들의 진술 번복, 현장보존 문제 등에 의문을 품고 있다.

이들은 29일 온평리 현지조사에서 “군장검사를 형식적으로 하는 등 부대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며 키의 소재, 탄통 입수 배경, 현장 훼손문제 등을 집중적으로 따졌다.

한 이경 사망사건의 경우 대책위 및 유족들은 숨진 한 이경이 탄약함 열쇠 및 비밀번호를 입수한 경위가 석연치 않고 사건현장에서 탄두가 발견되지 못한 점 등에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유족들은 특히 한 이경이 동료 대원들과 큰 문제없이 생활해온 데다 숨지기 이전 가족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낸 점 등에 미뤄 경찰의 수사결과에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

▲경찰 입장=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감정과 부검의 소견 등을 종합해 조 일경의 옷 소매와 장갑에서 화약흔이 발견된 점, 총상 외 다른 외상이 없는 점, 총구 마개가 상의 주머니에서 발견된 점, 피부에 총구를 밀착한 상태에서 발사된 점 등을 들어 자살로 단정하고 있다.

경찰은 한 이경의 경우 오른손과 방한복 오른팔 부분 등에서 화약의 잔사성분이 검출됐고 사체가 발견된 장소의 건물 천장에 드러난 탄흔자국 등으로 미뤄 바닥에 쪼그려앉은 상태에서 머리를 오른쪽으로 기울여 총구에 밀착시킨 채 방아쇠를 당긴 것으로 추정, 자살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또 두 사건이 유서 등 자살을 증명할 수 있는 증거는 없으나 숨진 전경대원들의 평소생활과 성격, 초소 근무 당시 정황 등에 비춰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결론을 내린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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