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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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순자 수필가
“뎅그렁, 뎅그렁”

방울소리가 들린다. 노인은 벌떡 일어나 앉았다. 날이 밝으려면 아직도 한참이 있어야 된다. 자기 귀를 의심하며 그 소리 여운에 멍청히 외양간을 쳐다보고 있다. 꿈을 꾼 것이다.

그 소리는 45년이란 긴 세월동안 함께 동행 하며 살다 죽은 소의 구슬픈 ‘워낭소리’다.

한평생 일심동체로 함께 살아온 소가 울리던 ‘워낭소리’여운이 멤 돈다. 노인은 죽은 소를 땅에 묻고 온 이후로 일손을 놓고 시름시름 기운이 없는 것이다. 매일 밤마다 꿈속에서 워낭소리가 들려 깨어나게 한다.

나는 요즘 사람들이 입에 오르는 영화 두 편을 보았다. ‘벤자맨의 거꾸로 사는 인생’과 ‘워낭소리’다. 두 편 모두가 감동을 주고 있어 대성황을 이루고 있다.

그 중에서도 우리 민족의 전통적인 고유의 삶으로 엮어진 ‘워낭소리’는 획기적 인기로 관람객 200만을 돌파 하고 있다는 보도다.

70대 중반 노부부의 삶을 영상화한 생생한 다큐멘터리다. 실존의 인물이 주인공이고 우리 이웃 농촌에서 살아가는 모습이다.

‘워낭소리!’ 인간과 인간을 상대하는 관계가 아니라 노부부와 착한 소와 삶을 이어가는 애잔한 사랑이 깔린 순수한 영화이다..

‘서편제’에 이어 두 번째 세상살이 한을 그린 영화다. 서편제는 소리꾼으로 심금을 울렸지만, 이 영화는 노부부와 충직한 소를 배경으로 하였기에 더욱 감동적이며, 정적인 본성을 나타내는 착한 영화다.

주인을 위한 헌신적인 소는 집안의 일군인 지팡이가 되어주며, 생활을 풍부하게 해주는 소중한 보물이다. 한발 한발 움직일 때마다 현존의 위치를 알리는 워낭소리야 말로 평화의 사자소리다.

그러나 가는 세월에 버티는 자가 누가 있으랴! 인간이나 짐승들도 청춘지나 나이가 들면 죽음의 길로 다가가는 것이다.

소 역시 두 뿔은 휘어지고 걸음도 느려 장차를 염려하여 젊고 힘센 황소를 사와 새로 사온 황소를 외양간으로 들이고, 삶의 터인 외양간 밖으로 쫓겨났을 때도 소는 먹 구슬 같은 눈물을 흘렸다. 그것을 지켜 본 노인은 황소를 물리고, 다시 늙은 소를 외양간으로 들여놓았다.

항상 노인이 가는 곳에는 노인을 태우고 소는 방울소리 울리며 논두렁, 밭두렁을 가고 오는 것이다. 약방, 보건소, 농협 등을 갈 때도 마차를 타고 동행한다.

오일장에서 거나하게 막걸리 한잔을 마시고 오후의 나른한 잠에 빠져 잠이 들었는데 깨어보니 집 앞까지 와 있는 것이다. 한걸음 두 걸음 뚜벅 뚜벅 옮길 때 마다 워낭 소리는 그들이 가고, 오고 있다는 신호이다.

운명이 가까워 옴을 짐작한 노인은 보건소 직원이 소의 죽음을 각오해야 된다는 말에 노인은 목에 달았던 워낭의 끈을 잘라 마지막 길을 편안하게 해준다.

허탈한 상태로 대청마루에 앉아서 워낭을 손에 들고 소의 죽음을 지켜보는 것이다.

소는 마지막 순간까지 안간힘을 다하여 일어서려고 버티다가 끝내 일어서지 못하고 쓰러진다.

이것이 소의 마지막이다. 소는 자기운명이 다함을 알고 먹 구슬 같은 눈물 두 방울을 뚝뚝 흘리고 눈을 감는다.

조용히 생을 마감한다. 효자이고 충직이었던 소의 마지막 가는 눈물은 이 세상에서 보지 못했던 가장 슬픈 눈물이었다.

워낭소리가 메아리가 되어 눈시울을 적셔본다.

순수한 눈물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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