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마음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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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태조 이성계와 그의 벗이자 왕사(王師)인 무학대사의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

어느 날 이성계가 장난삼아 말을 걸었다. “대사님, 오늘은 돼지처럼 보이니 어쩐 일이지요?” 무학대사는 웃으면서 “그러십니까, 소승의 눈에는 폐하가 부처님처럼 보입니다.”라고 응수했다.

이성계는 깜짝 놀라며 그 연유를 따졌다. 무학대사는 “돼지 같은 사람의 눈에는 상대방이 돼지 같이 보이고, 부처님 같은 사람의 눈에는 상대방이 부처님 같이 보이는 법입니다”라고 말했다.

사람들은 모든 것을 제 눈으로만 바로 본다는 얘기다. 그래서 ‘제 눈에 안경’이라 했던가.

▲‘이슬람의 현자 나스레딘’은 이슬람 문화권에서 널리 회자되는 나스레딘 호자의 우화 가운데 가장 유명한 63편을 골라 엮은 인생철학서다.

나스레딘이 어느 날 강가를 지나는데 한 남자가 물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사람들은 그 남자에게 “당신 손을 이리 주시오”라고 외쳤다. 그 남자는 들은 체도 않고 계속 물을 삼키며 발버둥만 쳐댔다. 가까이 간 나스레딘은 곧 그 남자를 알아보았다. “저 사람은 내 이웃이오. 난 저 사람을 잘 알아요. 하지만 너무나 인색해서 아무것도 주려하지 않아요.”라고 말했다. 그리곤 그 남자에게 다가가 “이보게 내 손을 가지게”라며 손을 길게 내밀었다. 그러자 그 남자는 주저 않고 손을 잡아 익사를 면했다.

우화 가운데 ‘물에 빠진 사람’을 인용 요약한 내용이다. 나스레딘은 타인의 인색함과 이기심을 감싸 안으라고 이렇게 설득하고 있는 것이다.

▲널리 알려진 내용으로 신라시대 원효대사는 당나라로 불법을 연구하러 가던 도중 노숙하게 됐다. 밤중에 목이 말라 잠에서 깬 원효는 손에 잡히는 대로 바가지의 물을 달게 마셨다. 다음 날 보니 그 물은 해골에 고인 썩은 물이었다. 여기서 원효는 깨달았다. 이른바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다. 세상 모든 것이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뜻이다. 무릇 깨끗함과 더러움의 기준은 아집과 편견 등 고정관념에서 비롯된다.

모든 것은 마음이 만들어낸다는 얘기다. 마음은 생각에서 나오고 그 생각은 말로부터 시작된다고 한다.

매사 좋은 말을 하고 싶은데 그게 뜻대로 되지 않는다.

나이가 들어서도 마음공부가 부족한 탓이다. 그래서인지 마음먹기 나름이라는 말로 자문자답하는 일이 부쩍 많아졌다. 따지고 보면 자기중심적 사고를 탈피하고 타인에 관대한 삶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김범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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