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는 마을 뜨는 동네 - (14) 서귀포시 법환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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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녀 '숨비소리'가 정겨운 포구마을

호랑이가 웅크려 앉은 듯한 범섬. 탁 트인 드넓은 쪽빛 바다와 쉴새없이 밀려드는 하얀 파도.

잠녀들이 구멍이 숭숭 뚫린 현무암을 지나 거친 물살을 헤치고 바다를 캐기 위해 뛰어든다.

고무로 만든 잠수복을 입은 이들은 깊은 물속을 헤매다 숨이 멎으려는 순간 잠시 물 위로 솟구쳐 태왁에 의지한 채 길게 숨을 내쉬며 숨비소리를 울려 퍼지게 한다.

오랜 물질로 지친 잠녀들의 얼굴에는 소라, 전복과 같은 바다의 보물을 찾아내면서 이내 웃음꽃이 피어난다.

마치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다운 풍광을 뽐내는 서귀포시 법환마을이 이제 ‘잠녀마을’로서 그 명성을 떨치려 하고 있다.

서귀포문화원(원장 김계담)이 기획한 ‘법환 잠녀마을’이 지난 4월 문화관광부로부터 우리 문화.역사마을로 선정돼 그 위상을 높이게 된 것.

이 때문에 법환마을회(회장 변만순)와 어촌계(계장 강왕일), 잠수회(회장 조계화)를 비롯한 우리문화.역사마을만들기 서귀포시추진협의회는 대표적인 문화관광마을로 나래를 펴기 위한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대륜동 해안에 자리잡은 법환마을은 제주 전통의 농어촌마을로, 아직도 잠녀들의 활동이 왕성하다.

현존 잠녀가 102명이며 이 중 실제 활동하는 인원만 78명에 달해 어촌문화가 살아 숨쉬고 있다.

또 오랜 설촌역사를 간직하면서 당, 굿, 마을포제 등 고유의 민간신앙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특유의 문화마을이다.

특히 역사적으로는 고려 말 최영 장군과 탐라 목호 간 최후의 격전이 벌어진 전적지이기도 하다.

당시 고려를 지배했던 원나라의 마지막 세력인 목호들이 난을 일으키자 최영 장군이 군사를 이끌고 그들이 마지막 본거지로 삼았던 범섬을 완전 포위해 섬멸시켜 몽고 지배 100년 역사에 종지부를 찍은 곳.

이 때문에 이 마을에는 최영 장군이 이끌고 온 대규모 정예군이 군막을 치고 주둔한 데서 유래된 ‘막숙’, 범섬을 공격하기 위해 나무로 배를 엮어 전함 등을 이어 범섬으로 건너갔던 출발지의 의미를 가진 ‘배연(배염)줄이’ 등의 지명이 남아 있다.

법환마을회와 서귀포문화원은 이를 기념해 지난해 가로 70㎝, 세로 60㎝, 높이 75㎝의 ‘막숙’과 ‘배연(배염)줄이’ 표석을 세웠다.

법환 주민들은 2000년부터 해마다 수산일품 한치 큰잔치를 열어 최영 장군의 범섬 전투를 재현하고 감칠맛 나는 한치와 훈훈한 지역 인심을 전하고 있기도 하다.

법환 주민들은 이제 올해부터 2005년까지 국비 등 5억8000만원을 들여 역사와 민속문화가 함께하는 자랑스런 마을 만들기에 힘을 모아 나가고 있다.

이들은 마을 설촌 역사와 문화를 발굴, 조사하는 한편 잠녀에 대한 역사적 고증과 잠녀의 집 정비, 제주 전통 잠녀복 복원, 잠녀상 및 목호 토벌 전적비 건립 등을 통해 전통 어촌.잠녀마을을 보전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들은 또 전통 어촌 유래지 및 탐라 목호 유적지 등 역사 탐방, 잠녀 민요경창대회, 잠녀 장수왕 선발대회 등 문화마을 전승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잠녀 체험과 잠녀 역사문화캠프 등 체험 프로그램을 개발해 나갈 계획이다.

이밖에도 제주 전통 초가와 돌담, 떼배, 법환 마을당 복원 사업이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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