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정부와 미국의 햇볕정책
이명박정부와 미국의 햇볕정책
  • 박상섭 기자
  • 승인 2009.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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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 들어 햇볕정책은 비판의 대상이 됐다.

물론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지난 10년간 이뤄졌던 햇볕정책의 장점과 단점은 있게 마련이다. 돈만 있으면 누구나 금강산을 구경할 수 있었던 점은 분명 장점에 해당된다.

남북한이 냉전 관계에 있었던 과거에서는 꿈도 꿀 수 없었던 모습이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들어 남북한이 또 다시 냉전 관계로 들어가면서 금강산 가기가 힘들게 됐다.

정권이 바뀔 때 마다 국민들의 금강산 구경도 왔다 갔다 하는 셈이다.

또한 우리나라의 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PSI) 참여여부로 개성공단 문제도 점점 꼬이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와는 달리 미국의 햇볕정책은 봄바람을 타고 있는 모양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햇볕정책의 전도사가 돼 지구촌 곳곳에서 전도를 하고 있다. 그 모양새가 부시 전 대통령과는 하늘과 땅 차이여서 지구촌 주민들로부터 환영을 받고 있다.

지난 18일 트리니다드 토바고의 수도 포트오브 스페인에서 열린 미주기구(OAS) 정상회의장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몸을 무척 낮췄다.

3년 전 부시 전 대통령한테 ‘악마’라고 외쳤던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에게 먼저 악수를 청하기도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전날 개회식에서 “미국은 과거의 실수를 인정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사실상 과거의 잘못에 대한 용서를 비는 자리였다. 아무 생각 없이 미국을 좋아하거나, 미국이 하는 일이라면 무조건 선이라고 믿는 사람들은 속이 쓰렸겠지만 말이다.

이런 사람들은 미국이 “나를 따르라”하면 이라크나 아프가니스탄은 물론, 지옥까지도 따라갈 사람들이다.

오바마 대통령과 통했는지 차베스 대통령은 부시 행정부가 축출했던 주미 베네수엘라 대사를 다시 보내겠다고 화답했다. 미국은 이에 앞서 오랫동안 서로 얼굴 붉히는 관계에 있던 쿠바에게도 화해의 손짓을 먼저 내밀었다.

미국은 지난 13일 반세기 동안 미국의 경제제재를 받아오던 쿠바에 대해 쿠바계 미국인의 송금과 여행, 미국 통신기업의 쿠바 진출을 허용한 바 있다. 이에 대해 피델 카스트로대통령은 “미국과 다양한 문제에 대해 대화할 용의가 있다”고 화답했다.

미국은 이와 함께 지난 3월 20일 이슬람 시아파의 새해를 맞아 이란인들에게 비디오로 화해의 메시지를 보냈다. 또한 지난 14일에는 ‘핵시설 우선 폐기’를 고집했던 부시행정부와는 달리 ‘일정기간’ 이란의 우라늄농축을 허용하면서 이란 내 사찰을 점진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이에 대해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은 최근 “양국이 과거를 잊고 새 시대를 열어갈 수 있다”고 화답하는 등 두 나라 사이에 화해의 조짐이 일고 있다. 미국은 또 이스라엘과 각을 세우고 있는 시리아에 대해서도 교섭할 준비가 돼 있다며 화해의 손길을 내밀고 있다. ‘적과의 동침’이라는 햇볕정책이 확산되고 있는 셈이다.

비록 오바마의 햇볕정책은 당장 큰 성과를 내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부시 행정부 때 전 세계적으로 고조됐던 반미 감정을 희석시키는데 도움이 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한편 오바마 대통령이 햇볕정책의 전도사로 나서고 있을 때 부시 전 대통령은 무엇하고 있었을까.

부시 전 대통령은 지난 18일 중국 하이난섬에서 열린 보아오포럼 기념만찬 연설에서 퇴임 이후 달라스의 집 근처에서 처음 애완견을 데리고 산책하다 배설물을 직접 주워 담은 일화를 소개하며 “8년 동안 하지 않은 일을 했다”고 말했다. 지구촌의 많은 주민들은 그가 지난 집권 8년 동안 그 같은 일만 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을 가졌을 것이다.

전쟁보다는 개 똥 치우는 일이 가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두텁게 입은 북한의 비개방 외투를 무슨 수로 벗길 수 있을까.

길고 긴 3년 6개월여 동안 지켜 볼 일이다. <박상섭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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