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형, 심부름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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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兄)이란 말은 동기간(同氣間) 가운데서나 또는 한 항렬 사이에서 나이가 자기보다 많은 사람을 이르는 말이다.

그런데 요즘은 ‘김형, 박형…’하고 나이가 엇비슷한 친구 사이에서 상대방을 높여 부르고 호칭으로 잘 사용된다.
참 점잖은 호칭이기도 하거니와 친근감이 드는 말이다.

고구려 때는 이 ‘형’이란 호칭이 오늘날 장관(長官)을 말했다. 장관을 대형(大兄)이라 하고 차관을 소형(小兄)이라고 불렀다.

생각해보면 지금의 장관보다 한결 민주적이고 가깝게 느껴지는 호칭이다.
오만하게 군림하려는 뜻이 없고 국민 앞에 겸허한 뜻이 내포되어 있는 듯하다.

▲백제의 장관호칭은 ‘은솔(恩率)’, ‘덕솔(德率)’등이 있다.
국민들을 은혜롭게 거느린다는 뜻으로 ‘은솔’이라 했고 국민을 덕으로 거느린다 하여 ‘덕솔’이라 했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말인가.

고려 때 장관호칭인 상서(尙書)도 그렇다. 이 말은 중국 주(周)나라 때 지방을 다스리는 수단으로 인질을 조정에 잡아두고 이들로 하여금 연락하게 했는데 이 심부름하는 인질을 ‘상서’라고 했다.

이 ‘상서’라는 말이 중국의 장관칭호가 됐으며 우리나라 조선의 장관호칭인 ‘판서(判書)’의 뿌리가 되었다.

▲장관이란 말은 한 관청의 으뜸가는 벼슬아치를 이르는 호칭이다. 또 대장(大將)을 비롯한 장군을 지칭하는 말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장관은 조선시대 후기에 이르러서는 각 군영(軍營)에 속해 있던 지금의 소위인 종9품 초관 이상의 장교를 일컫는 말이었다.

이런 유래가 있는 말을 우리나라에서 왜 사용하고 있는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왜냐하면 ‘장관’이란 말은 국민에게 군림하는 지극히 비민주적이고 관료적인 호칭이기 때문이다.

이 호칭은 ‘국민의 심부름꾼’이 아니라 ‘관(官)의 우두머리(長)’라는 뜻을 갖고 있다.

▲영국에서 장관을 이르는 미니스터(minister)라는 말은 본래 ‘심부름꾼’이라는 뜻을 갖고 있었다. 이 말이 다시 신(神)의 심부름꾼이라 하여 성직자의 뜻이 되었고 또 다시 국민의 심부름꾼이라 하여 장관의 호칭으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미국의 장관호칭인 시크리터리(secretary)라는 말도 비서라는 뜻으로 역시 심부름하는 사람이라는 의미라 할 수 있겠다.

그런데 우리나라 장관은 ‘우두머리 관리’라는 의미를 갖고 있어서인지, 우리 내각에 ‘국민의 형’, ‘국민의 심부름꾼’으로 불릴 만한 그런 사람이 없어 보인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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