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단위 택지개발보다 기존 도심에 신규 개발 집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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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기
제주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문명은 도시를 만들었지만, 도시가 발달할수록 사람들은 도시 이전의 삶을 꿈꾼다.

현대인들이 꿈꾸는 도시 이전의 삶이란 자연과 더불어 휴식하고, 일과 생활이 분리됨 없이 이뤄지며, 가족.이웃.마을이 서로 소통되는 공동체의 미덕이 살아있는 삶으로 표상될 것이다. 이것이 오늘날 경제적 풍요를 갈구하는 도시민의 역설적인 내면이다.

제주시가 추진하는 ‘생태도시’는 바로 그 도시민의 내면을 어떻게 제대로 설계하느냐에 달려 있다.

하지만 지금 제주시의 모습은 어떤가?
서울 등 대도시에서나 볼 수 있었던 대단위 고층 아파트단지가 주택보급률 등을 이유로 우후죽순 들어서고, 시외곽을 거점으로 하는 대규모 택지개발은 도시팽창의 전진기지로서 인근지역을 끊임없이 공동화시키며, 안으로는 교통.환경 등 도시문제를 심화시키고 있다.

하천복원의 전범(典範)처럼 내세우는 산지천도 비온 뒤 괴어드는 생활하수의 문제를 여전히 안고 있으며, 제주시 관광의 상징명소인 용두암도 배후의 건축물로 그 자태를 훼손당하고 있다.

이러한 단편적인 사례들은 근본적으로 인구, 주택, 교통, 에너지 등 미래수요 예측에만 의존해 설계된 당초 도시계획의 문제에 기인한다. 따라서 제주시 생태도시전략은 지금이라도 본래의 취지에 맞는 궤도수정이 이뤄져야 한다.

우선 인간의 생활사에 희생된 자연의 생활사를 도시 안에 복원시켜 나가야 한다. 건물조경, 작은 숲과 같은 ‘점’적 요소와 녹지공간, 가로수, 옥상 녹화 등의 ‘선’적인 요소, 주변 오름, 대규모 공원, 녹지 등의 ‘면’적인 요소가 단절없이 이어지는 생태네트워크를 추구해야 한다.

가급적 시민의 이동을 줄이는 직주통합(職住統合)의 생활권 설정과 자동차가 절대적이지 않다는 인식의 전환을 위한 노력이 이뤄져야 한다. 부작용이 많은 대단위 택지개발보다는 기존 도심에 신규개발을 집중하는 다핵화 전략이 효과적이라고 본다.

쓰레기.오.폐수 같은 인공적 산물과 바람.물과 같은 자연의 섭리를 새로운 에너지로 연결하는 지혜로운 투자가 중시돼야 하며, 도심 광장이나 동네 ‘골목’과 같은 공적 공간의 복원으로 자발적 시민문화 형성의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2년 전 제주시는 생태도시 추진을 위해 뉴욕시를 시찰한 바 있다. 뉴욕시는 이미 더 이상의 성장을 멈춘 도시지만, 제주시는 지금 성장과정의 도시라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

성장일로의 도시를 어떻게 지속가능한 도시로 만들 것인가 하는 것은 과감한 관리.규제로의 정책전환을 전제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시민, 지역사회의 동참을 이끌어내는 일은 생태도시의 성패를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관건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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