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폭에 담긴 19세기 풍경
화폭에 담긴 19세기 풍경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19세기 조선 최고의 실경산수화가인 학산(鶴山) 윤제홍(尹濟弘.1764년~)이 그린 제주산수화 8점이 발견됐다.
학산은 조선 남종화의 특성을 개성있게 해석, 독특한 화풍을 구축한 문인화가다. 당시 조선에 도입된 음영법, 원근법 등 서양화법을 활용해 그린 그의 실경산수화는 압권이다.
그는 충청도 청풍부사, 제주도 경차관, 강원도 낭천현감을 지내며 그 지역의 경승을 그렸다.
제주산수화는 이들 지역을 중심으로 그린 산수화 가운데 일부이다.
학산의 제주화는 11점의 ‘편린.파사총보첩(片麟.波斯叢寶帖)’ 중 3점, 4점의 ‘학산구구옹(學山九九翁)’ 중 1점, 제주풍경화 4점이다.
‘편린.파사총보첩’ 중 제주 그림은 ‘용치암(龍齒巖)’, ‘방선문(訪仙門)’, ‘백록담설화(白鹿潭說畵.이상 27.7
1.8㎝)’이다. 세 작품은 1824~1825년 제주도 경차관으로 재직할 때 보고 그린 것으로 보이는데, ‘용치암’과 ‘방선문’은 당시 산수화로는 매우 희귀한 것이다.
‘용치암’은 현재 용두암을 부각시켜 밀물과 썰물 때의 변화무쌍한 모습을 그린 것인데, 묵선의 테두리에 점과 농담으로 음영감을 주어 화폭에 생동감이 넘친다.
‘방선문’은 무지개같이 둥그렇게 깎인 돌다리와 기둥을 간결하게 배치해 그곳에서의 감회를 그린 작품. 요체만 표현한 간략한 구도, 농묵선으로 표현된 인물이 담담한 남종화의 인상을 준다.
‘백록담설화’는 재직 당시 들은 설화 내용을 토대로 흰 사슴을 탄 노인이 구름 위를 나는 모습을 몽환적으로 표현했다.
‘학산구구옹’ 중 ‘한라산도(漢羅山圖.58.5
1.0㎝)’는 1844년 제주도 경차관 시절 오른 한라산을 회상하면서 그린 만년의 작품이다. 화면 중앙에 백록담, 뒷부분에 봉우리가 병풍처럼 둘러져 있고, 백록담 아래 흰 사슴을 탄 노인이 그려져 있다. 화면 상하엔 한라산에 대한 감상, 등산시 일화, 노인의 성 및 지명에 대한 소개의 글이 적혀 있다.
‘쌍석도(雙石圖)’, ‘백록담(白鹿潭)’, ‘천제연도(天帝淵圖)’, ‘방선문(訪仙門.이상 67
6㎝)’ 등 제주풍경화 4점은 기축년(1829년) 이사종의 아들 정열의 부탁으로 그려졌다. 네 작품은 세련된 구도와 음영법.원근법 등 당대 도입된 서양화법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는 작품들이다. 그 제작 경위가 ‘방선문’에 적혀 있다.
‘쌍석도’는 큰 바위처럼 마주보고 선 대화탈(大火脫)과 소화탈(小火脫)을 화면 중심에 두고, 그 섬을 휘감는 파도의 움직임을 매우 역동적으로 그렸다.
‘백록담’은 사슴을 탄 노인이 병풍 같은 돌기둥에 둘러싸인 백록담을 멀리서 바라보는 것을 그렸는데, 앞의 ‘한라산도’와 구도가 달라 대가로서 면모를 읽게 한다.
‘천제연도’는 병풍 같은 바위에 둘러싸인 못으로 떨어지는 폭포수를 간결하게 그렸고, ‘방선문’은 정면에서 본 방선문의 그림이다. 그는 ‘방선문’의 그림 한쪽에 “한라산 하산길에 들렀으며 무지개돌이 가로놓여 있었다. 수원의 팔달교와 같다. 높이가 4~5척이고, 두께는 수백자가 된 것 같다”고 적었다.
이 그림들은 개인이 소장하고 있으며, 2000년 서울 한 화랑의 기획전과 석사논문 등을 통해 공개됐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