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식수술과 유승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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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에 가고 싶어 시력교정수술을 받았습니다.”

지난달 19일 제주지방병무청에서 징병검사를 받은 대학생 김민석군(19)의 말이다.

김군은 지난해 고도근시로 4급 판정(공익근무 복무)을 받아 재검사를 요청해 라식수술로 시력을 교정, 이날 당당하게 현역 입영의 소망을 이뤘다.

‘면제는 신의 아들, 방위는 장군의 아들, 현역은 어둠의 자식’이라는 옛말이 무색할 정도로 징병검사장의 풍경은 달라졌다. 면제 혹은 보충역으로 가기 위해 몸부림을 쳤던 과거와는 사뭇 낯선 풍경이다.

당당히 “현역 입대가 소망”이라고 징병검사자들은 말한다.

대통령 후보부터 장관, 국회의원을 비롯해 사회지도층 인사, 졸부들의 자제들이 관행적으로 군면제를 받아왔던 사회는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우리의 자화상이 됐다.

물론 군대를 기피하기 위해 갖가지 편법이 등장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것이 어제오늘의 일만은 아니다. 최근에는 온몸에 문신을 하는 방법까지 등장하여 다양하게 발전했는데, 조선시대에도 불법적으로 군역을 기피하는 방법이 다양했다.

먼저 재력이 있는 경우는 ‘아르바이트 군인’을 고용해 군대생활을 대신하게 했다. 이것이 대립(代立)이다. 대립을 알선하는 전문 브로커까지 생겨 폐단이 심각했다고 한다. 또다른 방법은 양반으로 신분을 상승시키는 것이었다. 족보를 사거나 위조해 국왕 및 공신의 자손으로 꾸미는 방법 등이 동원됐다.

이처럼 군역 기피현상이 계속되자 군역 담당자들은 더욱 가중된 군역 부담을 지게 되고 어린 아이, 죽은 사람, 예순을 넘은 사람, 그리고 한 사람에게 이중 또는 삼중으로 부담시키는 등 폐단이 심했다.

이처럼 우리는 군대 기피라는 부끄러운 역사와 버려야 할 전통을 동시에 갖게 됐다.

지난해 2월 미국시민권 취득에 따른 병역기피 시비로 국내 입국이 불허된 가수 유승준(미국명 스티브 유.27)이 국내 복귀를 적극적으로 시도하고 있다고 한다.

유승준이 직접 청와대, 법무부장관, 병무청장, 국가인권위원회에 입국을 허가해 달라는 편지를 보냈고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도 접수시켰다는 소식이다. 이에 따라 국가인권위원회는 제기된 진정에 대해 조사에 착수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법률 검토와 관련, 진정 내용이 인권위법에 따라 다룰 수 있는 사안인지와 출입국관리법상 유씨에 대한 입국거부 조치의 정당성 여부에 대해 검토를 하고 있다고 밝혀 귀추가 주목된다.

현재 인권위 게시판에는 주로 진정 제기를 비난하는 수천 건의 글이 올라와 있다.

이에 앞서 병무청도 장병의 사기 저하와 병역의무 경시 풍조 조장을 우려해 “유씨의 입국금지를 해제할 수 없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군대는 의무라며 한국인임을 강조하다 돌연 미국 국적을 신청한 유씨의 측근도 “그가 한국을 위해 펼친 봉사활동과 사회적 공헌을 감안해 관대한 처분을 기대하고 있다”고 선처를 호소했다.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의 인권침해 소지 판정에 이은 또 하나의 국가인권위원회의 판정에 촉각을 곤두세우게 됐다.

이처럼 유승준의 입국 문제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당당히 1급 판정을 받은 김군처럼 질병 때문에 현역 복무를 하지 않아도 되는 젊은이들이 병을 고친 뒤 지원 입대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병무청은 각종 질병으로 병역을 감면받은 사람들에게 본인이 원할 경우 재신검을 허용하는 제도가 도입된 1999년 3월부터 올 4월까지 모두 2090명이 재신검을 신청해 이중 61.6%인 1288명이 현역판정을 받았다고 한다.

대한민국의 젊은이라면 20대 초반 군대 문제로 고민해 보지 않은 사람이 없을 것이다. 아무리 신성한 국방의 의무라지만 젊은 시절 군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과 사회와의 단절 등 심리적 갈등은 겪어 보지 않은 사람은 모르기 때문이다. 라식수술로 현역 판정까지 받은 김군 같은 젊은이들에게 격려를 보낸다.

우리사회에 병역은 여전히 게속되는 화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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