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운 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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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황금시대(黃金時代·Golden Age)란 말이 있다.

황금시대의 어원 자체는 문명의 진보가 절정에 이르러 사람들이 행복하다고 여기는 황금기(黃金期)를 의미한다. 비유적으론 어떤 대상이 지냈던 최고의 시기를 일컫는다.

따라서 인생의 황금기는 사람마다 다르다.

사회에 첫 발을 내딛는 20∼30대가 그 시기일 수 있고, 제2의 인생을 새로 시작하는 70대가 바로 그 시기일 수 있다.

굳이 짚자면 자녀들이 어느 정도 성장한 모습을 보고 시간과 경제적 여유가 생기게 되는 50대와 60대가 아닌가 싶다. 예전엔 그런 인식이 일반적이었다.

▲오늘날 5060세대는 위험하다.

인생의 황금기를 보내는 사람도 있지만 인생의 황혼기(黃昏期)로도 전락하고 있음을 본다.

글로벌 경제위기의 직격탄을 맞아 구조조정의 칼날 위에 서 있어서다. 이로 인해 명예퇴직을 당하거나 일자리를 잃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동안 아무 탈이 없던 제 몸도 하나둘씩 이상 징후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일본에선 직장을 그만 둔 5060 남편들을 일컬어 ‘젖은 낙엽’이라 부른다. 별다른 인생 준비 없이 집안에서 아내 주위만 맴도는 모양이 마치 젖은 낙엽처럼 구두 뒷굽에 찰싹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는 것을 닮았다고 빗댄 말이다.

한국의 나이든 남편 가운데 상당수는 비슷한 처지일 터이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08년 이혼통계결과’에 따르면 도내 이혼건수는 1238건으로 2007년의 1561건에 비해 20.7%(323건) 줄었다. 이는 지난해 6월 도입된 이혼숙려제의 영향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반가운 현상이 아닐 수 없다.

반면 20년 이상 함께 산 중년 이후 이혼이 전체의 19.6%로 전년도 16.5%에 비해 3.1% 증가했다.

이른바 ‘황혼이혼’이 늘고 있는 것으로 전반적인 이혼 감소세를 감안하면 매우 이례적이다.

자녀를 대학에 입학시킨 직후 곧바로 도장을 찍는 ‘대입(大入) 이혼’도 많아지고 있다.

이혼에 이른 내막이야 제각각이겠지만, 과거의 사랑만으론 살기 어렵다는 것을 보여준다.

앞으로 ‘검은 머리 파뿌리 되도록’ 이란 주례사의 주문도 바뀌어야할 것 같다. ‘미운 정(情)’은 이젠 옛 이야기다. <김범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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