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유적의 복원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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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대만 해도 제주도는 망각의 변방으로 여겨졌으나 오늘날에는 제주국제자유도시 종합개발계획에 의거해 성공적인 동북아 중심도시로 개발하기 위해 일대 약진이 시도되고 있다.

그 지역의 문화유적은 그 시대의 문화소산이며 역사와 문화를 반영한다. 다음날 우리 후대들이 오늘의 우리를 어떻게 인식할지 참으로 걱정스러운 일이다.

다행히도 제주지역에서 가장 대표적인 유적이라 할 수 있는 제주목관아지(사적 제380호)의 1차 복원공사가 준공된 바 있다. 그리고 삼양선사유적지(사적 제416호) 공사도 학자의 고증을 거쳐 올해 말 준공 예정으로 착실히 추진되고 있다고 한다.

우리의 문화유적을 발굴하고 복원.보존하는 일은 매우 뜻있는 일이다. 그러나 문화유적의 정확한 발굴과 보존은 시대착오적 복고와는 분명히 다르다고 생각한다. 우리 제주의 문화재는 제주도민, 나아가 인류 공동의 재산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과거를 맹목적으로 미화하는 자세와 과거 사실에 대한 지나친 의미 부여는 궁극적으로 문화유적의 가치를 오도하는 것이 될 것이다. 우리 문화유적에 대한 인식은 문화유적을 근거로 해 과거 우리의 모습이 어떠했는가를 이해하는 일이다.

이를 위해 우리는 기만과 과시욕을 떨쳐버려야 하며 솔직한 심정으로 우리의 발자취를 더듬어보는 지혜를 가져야 한다. 그리고 문화유적에 대한 우리의 인식이 달라져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필자는 지난해 단풍이 물드는 좋은 가을날, 제주도내 문화유적 탐방에 아내와 참가했다. 처음 들른 곳이 항파두리 항몽유적지(사적 제396호)였다. 이곳은 730여 년전 몽고의 침략군을 물리치고 조국을 지키기 위해 항쟁했던 고려군의 정예 별동대 삼별초가 최후까지 싸우다가 장렬하게 순의한 유서깊은 곳이며, 그 옛날 삼별초의 마지막 보루인 항파두성이 있는 유적지다.

1271년(고려 원종 12년) 삼별초를 이끌고 제주도에 들어온 김통정 장군은 이곳에 15리에 달하는 토성과 내성, 궁궐과 관아, 기타 방어시설을 구축하고 결사항전을 했다. 여.몽 연합군과 대결한 지 2년여 만인 1273년(고려 원종 14년) 삼별초는 중과부족으로 전원 순의하고 말았다.

최근 지상 보도에 따르면 항몽유적지에 대한 체계적인 보존.관리.활용을 위해 항파두리 항몽유적지 학술 및 종합기본정비계획이 확정됐다고 한다. 문제는 지금 항몽순의비가 건립된 자리가 옛 대궐터라는 것이다.

종합기본계획에 따르면 5단계에 가서야 대궐을 복원.정비한다는데, 그것에 대해 심사숙고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항파두리 항몽유적지의 첫째 기본은 대궐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대궐 복원은 역사문화의 중심을 바로 세우는 일이기 때문이다. 다른 시설을 아무리 잘해 놓는다 해도 대궐이 복원되지 않으면 핵이 빠진 빛 좋은 개살구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대궐을 복원함으로써 항몽유적지의 관광가치도 몇 배 높아질 것이다.

우리 후손들이 오늘의 우리를 선견지명이 있는 자랑스러운 선대로 인식하게 되길 진심으로 기원하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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