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장면 냄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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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세월, 5월은 라일락 아카시아 향기보다 자장면 냄새가 더 진동했다.

학교 갔다가 오는 길가에 있는 자장면 집. 겨우내 닫았던 창을 이때쯤 활짝 열어 제치고, 중국집 아저씨는 수타면을 쿵쾅거리며 뽑는 다. 아이들은 한동안 그 모습을 넋이 나가도록 지켜보다가 자장면 냄새에 침이 꼴깍 꼴깍 넘어간다.

5060세대들에게 어린이날은 ‘자장면 먹는 날’이었다.

아이들은 아버지 손을 잡고 중국집에 가서 자장면을 한 그릇 먹는데, 그건 한 끼 식사의 의미가 아니라 어린이날의 특권, 특별메뉴 ‘청요리’였다.

▲올해도 어김없이 어린이날이 찾아왔다. 도내 곳곳의 놀이동산이나 크고 작은 음식점은 부모와 함께 나들이 나온 어린이들로 하루 종일 북적일 것이다.

언제부터인지 이날은 어린이들이 하늘처럼 섬김을 받으면서 갖은 응석을 다 부릴 수 있는 특권의 날로 자리 잡았다. 그래서 부모들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아이들을 데리고 나들이 하고 피자집에라도 가야 마음이 덜 아프다.

경비도 정말 만만치 않다. 주위로부터 돈을 빌리는 부모 마음을 누가 알까. 어려운 형편에 무슨 나들이 할지 모르지만,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 마음은 그렇지 않은 게 현실이다.

그러다보니 어린이날이 왜곡되고 있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일부에서는 우리 어린이들은 매일매일이 다 어린이날이므로 달리 어린이날이 있을 필요가 있느냐는 무용론도 나온다.

어린이날은 어린이들이 어린이답게 지내도록 북돋워주는 날이다.

그들을 인격체로 존중해주는 날이기도 하다. 그런 어린이날이 요즘 ‘어린이 나들이 특권의 날’ ‘어린이 요구대로 하는 날’이 되는 경향이어서 안타깝다.

▲살아있는 모든 것이 뿜어내는 생명력으로 하늘과 땅이 가득 밝은 5월.

오늘은 어린이날이다. 아이들에게 중국집에 가서 자장면 한 그릇 먹자고 하면 어떨까.

좋아라할까. 아버지 손을 잡고 나들이 가는 아이들을 보면 누구나 어린 시절 옛 추억이 삼삼하다. “부모 마음은 부모가 돼야 안다”고.

어린이날에 문득 돌아가신 아버지 생각이 들어서 먼 하늘 한번 쳐다보는 것은 5060세대이면 모두 마찬가지가 아닐까.

자장면 냄새의 추억은 늘 눈앞을 아롱아롱하게 한다. <부영주 논설위원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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