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회 제주보훈대상 수상자 - ④ 중상이자배우자 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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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정화씨
남편 대신 행상으로 가정 꾸려


“제대로 해준 것도 없지만 탈 없이 잘 자라서 사회에 자리를 잡은 자식들과 옆에서 힘이 돼준 남편에게 수상의 영광을 돌리고 싶습니다.”

제29회 제주보훈대상 중상이자배우자 부문 수상자로 선정된 현정화씨(68)는 남편 대신 가정을 책임지고 고난의 세월을 보내야 했던 지난날을 회고하며 눈시울을 붉혔지만 끝내 눈물을 흘리지 않았던 강한 아내이자 어머니였다.

1954년 남편 문재범씨(73)와 혼인한 현씨는 신혼의 달콤함 대신 하루 세끼를 걱정해야 하는 가시밭길을 걸어야 했다.

6.25전쟁이 반발한 지 1년이 지난 1951년 6월 남편 문씨는 강원도 화천지구 전투에서 밀려드는 중공군과 대적하다 작렬한 폭탄에 한쪽 팔을 잃고 말았다.

불구의 몸으로 사회생활을 하기가 어렵게 된 남편 대신 현씨는 오일장에서 싸전을 하면서 무거운 쌀 포대를 짊어지고 살았으며 남의 밭에서 야채를 길러 내다 파는 행상을 하면서 2남3녀를 키워 학교를 보내고 출가까지 시켰다.

현씨는 “형편이 안 돼 대학에 보내고 싶어도 못 보냈던 딸들을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미어진다”며 “대학을 보낸 두 아들에게도 학비 외에는 단 한푼의 생활비도 집어주지 못해 미안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고 회고했다.

남편 문씨는 “마누라가 나 대신 무거운 쌀을 매일 수십년 동안 짊어지다 보니 지금은 골다공증에 걸려 몸이 아파 지금은 내외가 쉬고 있다”며 가시밭길을 걸어온 아내의 마디 굵은 손을 잡아주었다.

현씨는 한 집안의 가장으로 제 역할을 하며 제주시 용담2동새마을부녀회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범을 보여 왔고, 이를 지켜봐왔던 장남과 차남은 모두 대학을 졸업해 모 항공사 과장과 기술신용보증기금 대리로 훌륭히 성장했다.

현씨는 “나라를 지키기 위해 한쪽 팔을 잃은 남편이 아직도 대견하다”며 “신혼 초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남의 밭에서 일하고 품삯 일을 할 때가 가장 힘들었지만 그 때가 있었기에 지금은 나와 내 가족 모두가 행복한 삶을 누리고 있다”고 말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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