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릿대 한라산 확산...번식 억제 풀어야할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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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발 1900m까지 분포, 종 다양성 저해.하부식물 위협

대나무 일종인 ‘제주조릿대’가 한라산을 뒤덮으면서 종(種) 다양성 감소는 물론 식물군락을 위협해 번식 억제를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12일 제주도 한라산연구과에 따르면 조릿대의 분포면적은 244.6㎢로 한라산 면적의 30% 정도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해발고도에 따라 아열대.온대.냉대 등 1800여 종에 달하는 고산식물이 자생, 식생변화가 뚜렷한 한라산에 조릿대가 날로 번성하는 이유는 지구온난화로 고지대까지 생장환경이 좋아졌기 때문이다.

특히 1980년대부터 한라산에 우마(牛馬)의 방목을 금지하면서 조릿대는 한라산 하부식생의 우점도로 꼽히고 있으며 등산로 입구인 해발 500m에서 정상 부근인 1900m까지 밀도가 증가 추세에 있다.

▲ 한라산 어리목코스 진입로에 울창하게 자란 '제주조릿대'.

이미 어리목코스와 영실 주변 그늘진 숲은 조릿대가 점령했으며 어리목에 있는 어승생악도 관목숲이 아닌 ‘조릿대숲’이 될 정도로 왕성한 번식력을 보이고 있다.

조릿대는 줄기뿌리가 땅속 40㎝, 실뿌리는 1m까지 파고들면서 토양층과 암반을 지탱하는 효과도 있지만 고사현상은 나타나지 않아 고지대의 눈향나무, 시로미, 산철쭉 군락을 위협하고 있다는 것.

여기에 털진달래, 김의털, 설앵초, 백리향, 한라구절초 등 하부식생도 생장에 압박을 받으면서 종 다양성 감소로 이어질 우려를 낳고 있다.

조릿대를 8년 동안 연구해 온 김현철 박사는 “조릿대 번식 억제에 최상의 방법은 말을 방목하는 것인데 이 경우 종의 표준 크기에 비해 작게 자라는 특성인 왜성화를 야기시킬 수 있다”고 말한 뒤 “더구나 말의 습성상 나무껍질씹기로 더 많은 피해목과 고사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문제는 국립공원인 한라산에서 벌채를 금하면서 조릿대에 인위적인 간섭을 할 수 없다는 점과 조릿대를 벌채할 경우 새로운 가지가 옆으로 더 뻗어나가 오히려 번식력을 높이는 결과를 초래해 뚜렷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라산연구과는 한라산 보호구역을 벗어난 국유림지대에서 채취허가를 받아 조릿대를 활용한 기능성 식품(차.추출물) 개발에 실용화를 일궈냈고, 말 사료로 사용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이처럼 조릿대에 대한 가치 있는 결과를 생산했지만 정작 한라산에 자생하는 조릿대는 손을 댈 수 없고, GPS를 활용해 분포면적에 대한 세밀한 측정을 시도했으나 아고산대 낙엽수림 속에 자라는 조릿대는 인공위성으로 관측이 불가능해 풀어야 할 숙제로 남겨지게 됐다.

김 박사는 “조릿대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진행되는 식물군집인 ‘천이’이므로 언젠가는 고사하거나 다른 관목군락으로 변할 수 있다”며 “종 다양성을 저해하는 위해성과 더 큰지, 기능성 물질로 활용하는 방안이 더 나은지는 계속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좌동철 기자>roots@je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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