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평의 원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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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평성’처럼 자의적으로 해석되는 말도 드물다. 자신이 유리한 입장일 때는 불필요한 말이 되지만, 불리하다고 생각되면 ‘형평의 원칙에 어긋난다’며 불만을 터뜨리거나 인정하려고 하지 않는다. 심할 경우 법(法)까지 형평성에 위배된다며 불신하려고 한다.

사회적 약자(弱者)가 형평성을 주장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를테면 1923년 관헌의 탄압에 항거해 조직된 형평사(衡平社)가 그 예다. 천민계급이 사회적 지위 향상을 위해 만든 정치적 투쟁조직으로 ‘형평운동’을 전개하면서 피혁(皮革)회사를 세워 스스로 복지를 도모했다.

힘 없는 사람들이 결집해 자신들의 존재를 부각시키고 나름대로 형평성을 추구하는 데 성공한 사례다.

하긴 일찍이 형평성을 법(法)의 근간으로 삼은 나라도 있었다. 영국(英國)은 1875년 재판소 구성법이 제정될 때까지 형평법을 운영했다. 물론 법의 목적인 확실성과 안정성을 위해 판사에게 형평권을 행사토록 하는 것은 제한돼야 한다는 게 지배적인 견해이다.

판사가 신(神)이 아닌 이상 법의 유연성을 얼마나 발휘할 수 있겠느냐는 이유 때문이다.

어떻든 당시 형평법은 법의 확실성과 유연성이 균형을 이뤄 형평성이 유지됐던 것 같다. 그러나 복잡다단한 요즘과 같은 세상에서는 형평법은 물론 일반법만으로도 국가가 추구하는 사회 발전을 도모하기가 어렵다.

특별법을 필요로 하는 게 바로 그 때문이다. 특별법은 특별한 지역 또는 특별한 사항에 한해 적용되는 법이다. 제주도개발특별법과 제주국제자유도시특별법이 이에 속한다.

특별법이 일반법에 우선한다는 것은 상식이다. 물론 이 법이 제주지역에 국한한 것이긴 하나 개발에 관한 한 일반법에 앞서 적용돼야 한다. 특히 제주국제자유도시 개발이 국가전략적 사업이라는 점에서 그 적용은 더 엄격해야 한다.

다시 말해 특별법에 ‘형평성’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없다는 얘기다. 정부는 1991년 제주도개발특별법 제정 당시 제주지역에 한해 매해 국고보조금을 20% 더 지원하겠다는 조항을 삽입했지만 이후 한 번도 이행한 적이 없다. 또 국제자유도시특별법 시행령에도 같은 규정이 명시됐지만 ‘다른 지역과의 형평성’을 들어 회피로 일관하고 있다

바로 ‘자의적 형평의 원칙’ 해석의 전형적인 사례다. 법치국가에서 법을, 그것도 정부가 지키지 않겠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툭하면 ‘형평’ 운운하는 정치인과 관료들에게 진짜 ‘형평성’과 ‘특별법’이 무엇인지 몰라 그런 것인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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