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어린이뿐이 아니다. 보건당국이 같은 어린이집 원아와 종사자, 그 가족 등 160여 명을 대상으로 검사를 실시한 결과 10명의 의증환자가 새로 나타나 입원 치료 중이라고 한다.
제주지역과 세균성 이질 사이에는 악연(惡緣)이 깊다. 2000년에는 이 병의 창궐로 무려 1664명이나 앓은 바 있으며, 2001년에도 21명의 환자가 발생했었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환자가 나타나지 않아 다행히 소멸된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했었으나 올해 들어 다시 기승을 부리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 4월 초 발생하기 시작한 올해 세균성 이질은 같은 달말에 이르러 제주도내 곳곳에서 어린이집 원아를 중심으로 50여 명에게 번졌다. 하지만 다행히 5월 들면서 새 환자가 나타나지 않아 이번 역시 보건당국은 혹시 세균성 이질이 소멸된 게 아닌가 하고 기대했었다.
하지만 며칠전 새로 의증환자 10명이 발견됨으로써 그 기대도 빗나가고 말았다. 심술궂게도 세균성 이질이란 병이 “날 잡아봐라”며 보건당국을 비웃고 약까지 올리는 것 같아 참으로 얄밉다.
이로써 올해 세균성 이질 환자는 의증환자를 포함, 60여 명에 달하고 있다. 2000년 이후를 기준으로 4년간 세균성 이질 환자가 두 번째로 많은 해가 된 셈이다.
사실 세균성 이질이 보건당국을 비웃을 만도 하다. 효과가 뛰어난 백신 하나 제대로 갖춰 있지 못한 데다, 예방책이라고 해야 각자 손을 잘 씻을 것과 집단급식소에 대한 위생관리 철저를 당부하는 것 정도다.
그 외에 달리 뾰족한 수가 없기 때문이다. 환자를 격리 입원시켜 치료토록 하는 것은 비교적 신속한 것 같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사후 조치에 불과하다.
우리가 그동안 얻은 경험상 세균성 이질은 한달이 아니라 1년 이상까지도 사라졌다가 나타난다는 점이다. 앞으로 보건당국은 신규 환자가 발생하든, 안 하든 긴장을 풀어서는 안된다.
꾸준히 추적해서 세균성 이질을 발본색원해야 한다. 도민들도 각자 위생을 철저히 하는 등 제 몫을 다해야 함은 물론이다. 그렇지 못하면 이 병의 근절은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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