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칼럼 - 개성공단 부지를 가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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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말에 학술회의 관계로 약 1주일 동안 북녘을 다녀왔다. 그 중 하루는 개성을 가보았는데, 선죽교.공민왕릉 등 고적은 전에도 봤지만, 개성공단 건설부지는 처음 가보았다.

남쪽에서 판문점을 여러 번 가보았으나 그 바로 북쪽에 그렇게 넓은 평지가 있는 줄은 몰랐다. 안내하는 북녘 관계자의 설명에 따르면 개성공단 부지는 전체가 약 600만평인데, 그 중 200만평은 공업지역이고 200만평은 주거지역이며, 나머지 200만평은 관광단지로 된다 했다.

안내자의 말이 개성공단 건설을 결정하면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개성은 6.25 전쟁 전에는 남쪽 땅이었으니 돌려주는 셈 치고 공단을 건설하자”고 했다 한다.

사실 나진.선봉이나 신의주와는 달리 바로 남쪽과의 접경지대인 개성에 남북이 함께 경영하는 공단을 건설한다는 것은 종래 남북의 적대적.대결적 관점에서 보면 남북을 막론하고 위험하기 짝이 없는 일이지 않을 수 없다. 북의 처지에서 보면 남쪽에 도로 내어주어도 좋다는 식의 ‘통큰’ 결단이 아니고는 어려운 일이라 하겠다.

공단이 건설되면 그 주거지역에는 남북의 공단종업원이 함께 입주하게 될 것이라 한다. 공단에 근무하는 남과 북의 종업원들이 한 이웃으로 살게 된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꿈 같은 일이지만, 그렇게만 된다면 개성공단 건설은 한반도의 평화 정착에 획기적인 계기가 되고도 남을 것이 틀림없다. 서쪽에서는 경의선이 연결되고 개성공단이 건설되고 동쪽에서는 금강산 육로관광 길이 열리고 또 동해선 철도가 연결되면, 이제 휴전선은 지금과 같은 긴장된 군사대결선이 아니라 하나의 평화로운 단순경계선이 되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개성공단의 주거지역에 남북 종업원들이 함께 살게 되고 휴전선이 군사대결선에서 단순한 경계선으로 된다는 것은, 한반도에서 평화가 크게 정착되어 감을 말한다. 그것은 또 남북 사이의 신뢰가 그만큼 구축되어 간다는 말이 되기도 한다.

남북 사이의 신뢰 구축 정도가 높아지면 결국 쌍방이 군비감축을 논의할 수 있게 될 것이며, 감군이 실현될 수 있다면 평화정착 정도는 이제 급격히 높아지게 된다.

그리고 1국 1체제로 할 것이냐 1국 2체제로 할 것이냐 하는 통일 방안도 남북이 허심탄회하게 논의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렇게 보면 개성공단 건설이야말로 경제적 문제를 넘어 민족문제 자체를 해결하는 큰 출발점이 될 수 있다.

평양에서 북쪽 관계자에게 노무현 정부와의 첫 관계를 무엇으로 맺으려 하느냐고 물어 봤는데, 개성공단 기공식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북녘 당국자들은 될 수 있으면 공단기공식을 빨리 했으면 하는 눈치였다.

그래서 기공식에 남북 두 정상이 함께 참가할 수 있다면 대단히 자연스러운 첫 만남이 될 것이라 말해주었다. 송금문제로 특검조사가 진행 중인 것이 걸리고, 또 한.미 정상회담 결과와도 연관되겠지만, 개성공단 기공식이 언제쯤 성사될지 우리는 알지 못한다.

그러나 제2차 정상회담 전이라도 남북의 두 정상이 만나는 것은 중요하며, 개성공단 기공식이 그 좋은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고려왕조의 도읍지여서 고적이 많은 개성은 6.25 전쟁 전에는 남쪽 학생들이 쉽게 가는 수학여행지였다.

지금의 개성에도 잘 꾸며진 한옥여관 마을이 있고, 거기서는 열세 개 놋접시에 갖가지 반찬을 차린 옛날식 밥상을 사람마다 앞앞이 받을 수 있다. 공단 건설과 함께 개성이 남쪽 학생들의 수학여행지로 개방되면 선죽교.만월대.공민왕릉 등 유적뿐만 아니라 이제 남쪽에서는 경험하기 어렵게 된 13첩 반상과 같은 우리의 옛 식문화도 접하게 될 것이다.

남북 관계가 더 밀접해지고 한반도 평화정착이 앞당겨지고 남북 사이의 인간교류에 새로운 계기가 될 수 있을 개성공단 건설이 순조롭게 빨리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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