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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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에는 거룩한 ‘성(聖)’도 있고, 섹스(sex)인 ‘성(性)’도 있다. 흔히 지덕이 뛰어나거나 신앙심과 성덕(聖德)이 도타운 이들을 성인(聖人)이라 부른다.

가톨릭에는 성인이 많다. 고금(古今)을 통해 성바울로, 성베드로 등등 이루 헤아릴 수가 없다. 이들은 시성식(諡聖式)을 거쳐 성인의 명부에 올랐으므로 공경스러운 성인이다. 중국에서는 요(堯).순(舜)임금, 우(禹).탕(湯).문(文).무(武)왕, 공자를 성인으로 추앙한다. 석가모니도 물론이다.

섹스로서 성(性)은 거룩함과 구분된다. 그것은 인간 본능의 욕구이면서 동물적 본능이기도 하다. 때문에 인간의 섹스에는 동물과는 달리 높은 도덕성이 요구된다. 그것이 크게 결여되었을 때 그 행위자를 불륜의 패륜아, 혹은 막말로 치한이라고 한다.

그런데 ‘성(聖)’과 ‘성(性)’을 혼돈할 때가 흔하다. 그것도 성직자에 의해서일 때에는 정말 아둔해진다. “만약 미국이 망하는 날이 있다면 그것은 도덕이 타락할 때”라고 말한 학자가 있었다. 그래서일까. ‘성(聖)’과 ‘성(性)’의 혼돈이 일부 미국의 성직자들에게 만연하고 있다.

1970년대 이후 미국 성직자들의 성추행 사건은 비일비재다. 앤서니 오코넬 주교가 미주리주에서 사제에게 성추행을 당한 뒤 도움을 청하러 온 신학생을 성추행했다가 사임한 일, 댈러스의 사제 루돌프 코스가 7건의 어린이 추행으로 3100만달러의 보상에 합의한 일, 산타로의 도널드 킴볼 보좌신부가 14세 소녀를 강간한 일, 워싱턴 대주교가 소녀에 대한 성적 비행과 관련해 러셀 딜러드 사제를 해임한 일, 루이지애나의 라파이예트 본당신부인 길버트 고스가 37명을 역시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당해 20년형을 선고 받은 일 등 그 예를 헤일 수가 없다.

특히 놀라운 일은 1985년 이후 근년까지 미국 성직자들의 성추행 보상금이 10억달러(약 1조3000억원 안팎)에 이른다니 성(聖)과 성(性)이 혼재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오죽했으면 지난해 4월에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미국의 추기경들과 성추문 대책회의를 가졌겠는가.

문제는, 일부에 지나지 않지만 우리나라에도 미국 비슷한 일이 없지 않다는 사실이다. 지난해 5월 서울의 어느 부목사는 화장실의 여성들을 몰래 촬영하다가 경찰의 조사를 받았었고, 그해 7월에는 서울의 한 목사가 소녀 2명을 상습 성폭행하다가 구속된 사건이 있었다. 구속된 그 목사의 말인즉 성폭행이 하느님의 계시라니 듣지 않음만 못하다.

어제도 한 성직자의 성폭행 소식이 보도되었다. 부산의 여성단체와 학부모들이 모 성직자가 부설유치원의 아동들을 상습 성폭행해 왔다며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순자(荀子)는 “성자는 도의 극치(聖人者 道之極也)”라 했고, 서경(書經)은 “성(聖)은 곧 신성한 것(乃聖 乃神)”이라 했다. 우리의 성직자들만이라도 순자와 서경의 가르침에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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