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담 쌓기
돌담 쌓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돌과 바람과 여자가 많은 삼다(三多)의 섬, 제주에서 가장 으뜸인 것은 무엇일까.

우선, 여자가 남자보다 많다는 여다(女多)의 섬은 이젠 옛 말이 됐다.

지난해 말 기준 도내 인구 56만54519명 가운데 남자가 28만2937명(전체의 50.03%)으로 여자 28만2582명(49.97%)보다 355명 많다. 지난 1962년 주민등록법 시행 이후 처음으로 여다(女多)의 섬에서 남다(男多)의 섬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반면, 풍다(風多)의 섬은 여전하다.

제주의 바람은 평소엔 잠잠하다가도 한번 불기 시작하면 천방지축으로 날 뛰어 제어가 불가능하다. 매섭기가 할퀸다는 표현이 적합할 정도로 몹시 지독한데다 불어오는 방향도 제 멋대로 이기 때문이다. 4면이 바다인 태풍의 길목답게 그 위세는 꺾일 줄 모른다.

▲돌이 많은 석다(石多)는 분명 제주의 보물이다.

제주를 품은 큰 돌인 화산섬과 작은 돌이 모인 돌 문화는 제주인의 삶 자체이기 때문이다.

돌담만 해도 시간과 장소에 따라 그 모습을 달리한다. 집 울타리를 쌓은 울담, 밭 울타리인 밭담, 산소를 지키는 산담, 바닷가에서 고기를 잡은 원담, 외적의 침입을 막기 위한 환해장성 등에 이르기까지 종류가 다양하다.

집을 지어도, 밭을 개간해도 돌담은 우리의 생활공간과 함께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비행기에서 내려다보이는 구불구불 토막토막 이어진 돌담은 이색적인 정취로 다가온다.

국내외 관광객들은 제주도를 여행하면서 가장 인상 깊은 것으로 돌담을 꼽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흔히들 제주의 돌담을 중국 만리장성(萬里長城)에 비유하여 ‘흑룡만리(黑龍萬里)’라고 부른다. 곳곳에 널린 검은 색 돌담을 전부 이으면 그 길이가 만리 이상 된다는 얘기다.

30여 년 전 제주를 방문했던 ‘25시’의 작가인 게오르규는 “내 생애 이처럼 아름다운 것을 본 적이 없다”며 돌담 등의 아름다움을 극찬했다.

돌담은 제주도가 선정한 제주문화원형을 대표하는 99개 상징물의 하나다.

‘돌담 쌓기’는 오는 9월 제주에서 열리는 문화예술올림픽인 제3회 세계델픽대회의 경연종목으로 뽑혀 세계에 선을 뵌다.

얼핏 보면 돌담은 얼기설기 쌓은 게 바람이 조그만 불어도 쓰러질 듯하다.

그러나 틈새로 바람이 빠져나가도록 함으로써 돌담은 아무리 거센 비바람에도 끄덕 않는다.

제주다움을 간직하며 선조의 지혜도 체득할 수 있는 돌담 쌓기를 살아있는 문화유산으로 키워야하는 이유다.<김범훈 논설위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