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주명 기념관 건립을 제안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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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학의 선각자, 나비박사 석주명 선생(1908~1950년)의 기념비가 지난 6월 11일 서귀포시 토평동 사거리에 세워졌다. 그러나 그가 남긴 업적이 너무 크기에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그는 일제에 강점된 상황에서 우리보다 앞서 연구한 일본인 학자들을 실력으로 눌렀고 우리 것을 탐구함으로써 겨레의 자존심을 지켰다. 그리고 그는 지역적인 것이 민족적인 것이요, 국가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해 보였다. 그가 세상을 떠난 지 반세기가 지났지만 세계화.지방화 시대인 오늘날 그의 업적들은 더욱 빛나고 있다.

석주명이 영국 왕립아시아학회로부터 집필 의뢰를 받아 펴낸 ‘조선산 접류 목록(영문판)’과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며 발로 써낸 ‘한국산 접류 분포도’는 우리나라 나비 연구의 금자탑이요, 세계적인 걸작이다. 그리고 그가 해방 직전 2년 동안 서귀포에 있던 경성제대 부속 생약연구소 제주도시험장(현재 제주대 아열대농업생명과학연구소)에 근무하면서 이뤄낸 ‘제주도총서’ 6권은 그 양과 질에서 깊고도 넓어 그를 제주도 박사라고 부르기에 충분하다.

석주명을 아는 이들은 그를 나비박사, 조선적 생물학자, 제주학의 선구자 등으로 부른다.

그리고 그의 평전을 쓴 이병철은 그를 한국에서 가장 많은 산을 오른 산악인, 한국 최초로 방언사전을 펴낸 국학자, 음악을 사랑하고 제주민요 ‘오돌또기’를 최초로 채보한 아마추어 음악가, 국제어 에스페란토 보급에 힘쓴 세계평화주의자, 나비를 쫓아 한반도 곳곳을 누빈 곤충학자,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시간을 가장 잘 아껴 쓴 사람 등으로 평하고 있다.

석주명은 42년이라는 짧은 인생을 살았다. 그러나 그는 보통사람이 100년을 살아도 남기지 못할 위대한 업적을 남겼다. 그는 나비 연구를 위해 전국의 산하를 누볐고, 무려 75만마리의 나비를 관찰하고 측정했다. 한국 나비가 분포하는 지역을 한국지도 250장과 세계지도 250장에 표시해 만든 ‘한국산 접류 분포도’를 보노라면 그의 열정과 정직성에 저절로 고개가 숙여질 뿐이다. 짧은 체류기간에 이룩한 ‘제주도 총서’(방언집, 인구론, 문헌집,

수필, 곤충상, 자료집)를 넘기다보면 그의 천재성과 성실성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그의 ‘회고록’을 읽다보면 그가 참으로 제주도에 애착이 많았고 조국을 사랑했으며 세계 평화를 기원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석주명은 평양에서 태어나 개성에서 중등학교 생물교사로 있으면서 나비 연구로 이름을 떨쳤고, 말년에는 제주도와 서울에서 연구를 하였다. 그러기에 그는 남.북한 동포들이 함께 존경할 수 있고, 자연과학도들과 인문사회학도들이 동시에 흠모할 수 있는 보기 드문 학자다. 그리고 그는 20세기 전반기 우리나라 학자들 가운데 세계에 내세울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인물이다. 제주도가 그처럼 걸출한 인물과 깊은 인연을 맺고 있다는 것은 행운이 아닐 수 없다.

제주도와 관련된 석주명의 책과 논문들은 제주도의 귀중한 자산이다. 그리고 ‘석주명’이라는 인물은 제주도로서는 소중한 보배다. 그러나 한국전쟁이라는 혼란기에 별다른 혈연과 학연을 남기지 못한 채 죽음으로써 그는 세상 사람들에게 잊히고 말았다. 그러기에 오늘날 석주명을 아는 이는 드물다. 우리는 세상이 제주도의 가치를 제대로 알지 못할 때, 그가 제주도의 가치를 깨닫고 수많은 자료를 수집해 세상에 알렸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이제는 제주도가 그에게 보답할 때가 되었다. 제주도가 석주명의 위대함을 세상에 알리는 데 한몫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서귀포에 석주명 기념관을 건립할 것을 제안한다. 거기에 나비전시관, 방언도서관, 석주명자료실 등이 들어선다면 그의 위대한 업적을 기린다는 명분도 설 뿐만 아니라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명소 하나를 더 추가하는 실리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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