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록담 물은 마른 게 아니라 숨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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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을 오르는 사람은 정상에 오르고 싶어한다. 백록담이 있기 때문이다. 땀을 흘리며 목마름을 참으며 백록담에 오르는 것은 싱그러운 물이 가득 찬 물의 향기를 맡고 신비로움을 느끼고 싶기 때문이다.

한라산에 올라 백록담에 물이 가득 찬 모습을 보면 마치 제주가 모두 풍요로운 것처럼 느껴진다. 물이 말라 있으면 마치 제주도가 모두 메마른 것처럼 느껴진다.

이 백록담의 물이 마르고 있다. 여러 연구자들이 그 원인에 대해서 설명했다. 1993년도에 용역연구를 실시한 한 연구자는 누수현상은 백록담의 지반인 암석의 균열에서 오기 때문에 이를 막기 위해서는 바닥을 콘크리트처럼 막아야 된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이는 틀린 말이다. 만약 백록담 지반 암석이 균열이 생길 정도로 지질학적인 변화가 일어났다면 제주 전체가 요동치고 지진이 났을 것이다.

특히 수만년 동안 휴화산으로 있는 백록담이 어떤 이유로 갑자기 균열이 생겼다는 것도 설명할 수가 없다. 아무도 백록담을 파서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아니면 제주에는 전문가가 없을 것이라고 없신 여겨서 책임감 없이 보고서를 쓴 것으로밖에는 이해할 수 없다.

백록담의 물은 새어 나간 것이 아니다. 백록담의 물은 경사면에서 유실된 토사층 사이에 숨어 있는 것이다. 그래서 겉에서 보면, 마치 말라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지난해 한라산연구소와 필자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백록담의 물은 절대로 밑으로 새어 나간 것이 아니라 흙 속에 숨어 있었다. 물이 숨어 있는 원리를 설명해보자.

과거에 백록담이 만수상태를 유지했을 때 하루 물의 하향이동 양이 1~2㎝에 불과했을 정도로 백록담의 토양은 불투수층을 형성하고 있었다. 따라서 웬만하게 비만 오면 만수를 이룰 수 있었던 것이다.

이와 같은 불투수층을 형성할 수 있었던 것은 물 빠짐을 방지해주는 미사와 점토가 60%가 넘고 자갈 함량은 적은 토양이 백록담 바닥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20여 년 동안 불투수층의 토양 위에 경사면에서 유실된 토사층이 무려 80㎝ 이상 쌓였다. 이 토사층은 미사와 점토 함량이 20%에 불과하고 자갈 함량은 무려 50%를 넘는다. 이런 조건에서 하루에 물이 빠지는 양은 무려 50㎝에 가깝다. 백록담 바닥에 물이 닿자마자 물이 흙 속의 공간으로 스며들어버리는 것이다.

토사층의 깊이가 80㎝라고 한다면 물이 숨어 있을 수 있는 공간은 무려 40㎝ 이상이 된다. 토사층이 없었다면 수심 40㎝ 이상 담수상태를 유지할 수 있었던 물이 경사면에서 유실된 토사가 쌓이면서 토사층 속에 숨어버린 것이다.

한라산연구소와 필자는 지난 한 차례의 조사를 통해 토사층 밑 80㎝ 지점에 과거에 물을 고이게 했던 불투수층이 존재하는 것을 확인하였다.
따라서 백록담에 예전처럼 물을 고이게 하는 것은 아주 간단하다. 좀더 정밀한 조사를 통해 20년 전과 같이 불투수층 토양이 겉으로 드러나도록 토사층을 제거하고 점토가 많고 투수속도가 느린 흙으로 다져주면 되기 때문이다.

논에 물이 고이는 것은 땅속의 지질이 현무암이냐 화강암이냐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논흙에 점토가 많으냐 자갈이 많으냐에 의해 결정된다. 백록담도 같은 원리이다.

하루 빨리 백록담 만수를 위한 조사들이 진행되고 한라산을 찾는 많은 사람들에게 백록담 물의 신비로운 향기를 맡게 해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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