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와 숲’의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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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경제가 어렵다.
올 들어 뜻하지 않은 동아시아의 ‘사스’ 발생으로 최근까지 관광특수를 누렸는데도 경기는 바닥이다.
이에 대한 진단은 나와 있다.

관광과 더불어 제주경제의 한 축을 떠받치던 감귤산업의 붕괴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에 토를 다는 사람은 거의 없다.
외부 환경 탓으로 돌리는 데 익숙한 행정기관도 “감귤산업 때문에…”라고 말한다.

우리 내부에서 문제점을 찾고 있는 점에선 다소 희망적이다.
그러나 꼭 그런 것만은 아닌 것 같다. 진단에 따른 처방이 모호하기 때문이다. 여전히 내부가 아닌 외부에서 ‘변화’와 ‘처방’을 찾으려 하는 경향이 짙다.

즉, ‘감귤산업에 대한 국가 지원책이 마련되면’, ‘국가경제가 나아지면’ 혹은 ‘세계경제가 살아나면’하는 식으로 외부 환경에 기대어 타개책을 모색하고 있다.

이것은 계절적, 외부적 요인에 의해 좌우된 제주경제의 여건 때문이다. 그 중심엔 지주산업 혹은 생명산업으로 불리던 감귤산업과 관광산업이 어깨를 나란히 했다.

어찌 보면 감귤산업은 제주경제의 숲이었다.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높아 감귤을 떼어놓고 지역경제를 논한다는 자체가 무리였다. 제주경제의 취약성은 이러한 단순한 산업구조에서 비롯됐다.

그러나 이제는 감귤산업이 더 이상 ‘숲’이 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 하나의 ‘나무’로 인식할 수밖에 없는 주변 환경이 조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감귤산업 위기가 제주에 미친 영향은 막대하지만 도깨비 방망이인 양 이 문제를 이곳저곳에 끌어다 써선 안 되는 현실을 우리는 맞고 있다.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해선 안 되기 때문이다.

그런만큼 지역경제를 바라보는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하고, 이를 토대로 새로운 제주경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우선 국가 및 세계 경제의 흐름과 이에 보조를 맞춰야 하는 제주, 그리고 제주가 처한 현실을 직시하는 자세가 우리에게 필요한 것 같다. 그런 연후에야 미래를 예측하고 준비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세계시장은 하나로 통합되고 있고, 세계화가 이를 이끌고 있다. 1등만이 살아남는 냉혹한 경제질서가 세계시장을 휘어잡고 있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세계의 대부분 지역 경제가 취약성을 드러내는 것은 해당 지역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제주가 그렇다.

세계화란 열차가 달리는 선로는 ‘효율성’과 ‘생산성’이다. 효율성과 생산성이 높은 곳으로 철로가 깔려 있다. 통합되고 있는 이러한 세계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두 가지 선택뿐이다. 남들이 개발하지 않은 기발한 아이디어 상품을 내놓거나, 동종 상품이면 효율성과 생산성에서 상대를 넘어서야 한다. 제주 역시 예외일 수 없다.

결국 제주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려면 1등 상품을 내놓아야 한다. 남들이 하는 것을 따라하는 수준에선 불가능한 일이다. 제주만이 할 수 있는 것들을 선택하고, 이에 집중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이와는 정반대로 치닫고 있다.

국제자유도시특별법 제정으로 제주는 다른 지역에 비해 우선적으로 대접을 받을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됐지만, 이를 적극 활용해야 할 당국은 ‘정부의 무관심’만을 탓하고 있다.

기획력은 다른 지역을 벤치마킹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고, 여전히 수요자에 아랑곳없는 공급 위주의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마스터 플랜은 없고, 땜질식으로 그 순간만을 넘기고 있다.

당국이 비전 제시를 못 하니, 도민들도 휩쓸리고 있다. 건설업계를 비롯한 도내 상당수 업계가 과당경쟁에 나서 동반 추락하고 있다. 동종업체 간 난립 정도는 아마 제주가 가장 심할 것이다.

지금이라도 제주경제에 대해 제대로 진단해야 한다. 이를 토대로 산업구조를 과감하게 바꾸는 노력이 요구된다. 자치단체가 앞장 서서 풀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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