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가어(孔子家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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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사는 김모 할머니(75세)는 일찍이 남편과 사별하고 행상에 가정부에 온갖 궂은 일을 다하며 외아들과 함께 살아왔다. 그녀는 못 배운 것이 한이 되어 아들만은 대학에 보내야겠다는 일념으로 먹을 것 입을 것 아끼고 또 아껴서 결국 자식을 대학에 진학시킨다.

아들 윤모씨는 졸업 후 자그마한 중소기업에 취업해 결혼도 하고 두 딸을 두고 모친과 함께 생활해 왔는데 IMF때 실직해 최근에는 모 아파트 경비원으로 근무하고 있었다.

50대인 그는 얼마 전 오전에 밤 근무를 마치고 돌아와 보니 어머니가 사망한 채 누워 있었다며 병원에 연락, 시신을 병원으로 옮겼다. 의사가 시신을 살피던 중 목이 졸린 상흔을 발견해 신고, 경찰이 수사한 결과 그가 모친을 교살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웃의 증언에 따르면 그는 수년 전부터 아내와 딸과 헤어져 모친과 둘이 생활해 왔는데 평소 걸핏하면 아내와 딸, 어머니에게 손찌검이 예사요, 모친에게 늙은이가 밥만 축낸다고 구박하며 수시로 폭행을 일삼아 이웃들이 할머니의 멍든 모습을 보고 물어보면 넘어져서 그렇다고 했다 한다. 딸들이나 아내가 폭행한 사실을 경찰에 신고하면 죽여버리겠다고 하면서 수시로 모친을 폭행하자 결국 그녀들은 집을 나가게 됐다는 것이다.

현 인간세가 아무리 말세라 하지만 짐승보다 못한 이런 인간 망종이 어찌 있을 수가 있는지 장탄식만 앞선다.
대전의 Y아파트에 사는 80대 초반의 김모 할머니는 어느 늦가을 아침에 하얀 소복 차림으로 아파트 화단에 떨어져 숨진 모습으로 발견됐다. 옥상에 남겨진 짤막한 유서에는 내가 사라지면 부디 형제간에 우애하고 화목하며 살라는 내용이 전부였다.

5남매를 둔 이 할머니는 남편이 수년 전 세상을 떠나자 막내아들과 함께 살아왔는데 큰아들과 막내가 어머니를 모시는 문제로 전날 저녁 심하게 다투자 이튿날 새벽 아파트 옥상에서 몸을 던졌던 것이다. 노인네가 먹으면 얼마나 먹고 용돈을 쓰면 얼마나 쓸 것인가.

필자는 공직에 계시면서 너무도 청렴하게 사시느라 온갖 고생하며 우리 5남매를 최선을 다해 교육시키고 건강하게 키워 놓으신 뒤 발병하여 병원에 계시다가 7년 전 별세하신 아버지를 생각하면 이따금씩 너무나도 보고 싶어 눈시울이 젖고 목이 메어 오는데.

다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옛말에 부모는 열 자식 거느려도 열 자식이 부모를 제대로 모시지 못한다는 말이 이래서 생긴 것일 것이다. 고려시대의 악습인 고려장(高麗葬)을 치르려 늙은 아버지를 지게에 지고 깊은 산골로 찾아들던 아들이 솔잎을 따서 걸음 따라 뒤쪽에 흩뿌리는 아버지에게 그 연유를 묻자 “네가 돌아갈 때 혹시 길을 잃을까 봐 표적을 남겨 놓는 것이니라”고 했다.

자식은 아버지를 지게에서 내려놓고 부둥켜안고 울고는 집으로 다시 모시고 돌아와 돌아가실 때까지 모시고 살았다 한다. 우리는 누구나 부모님 사이에서 태어나기 전에는 자신의 존재가 이 세상에 없었고 태어나서 부모자식의 연을 맺고 살다가 또한 부모가 되고 세월이 한참 흐른 뒤에는 원래의 없었던 상태로 되돌아감을 잊고 대부분이 영원히 살 것처럼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래서 천상병은 그의 시 ‘귀천(歸天)’에서 인생을 “이승은 아름다운 곳의 소풍이요, 소풍을 마치고 본가인 하늘나라로 돌아가 이승의 소풍이 즐거웠다 말하리라”고 읊조렸던가.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 했다. 인간은 누구나 자신이 뿌린 만큼 거두는 법이니 부모한테 함부로 하고 불효한 자식이 자신의 자식한테 효도를 기대할 수 있을까. 그의 자식이 불효하는 부모한테 무엇을 보고 배우게 될까.

다음은 필자가 이번 학기 2학년 학생들에게 명심보감(明心寶鑑)을 강의하며 외우도록 한 공자가어(孔子家語)다. “나무는 조용히 있고자 하나 바람은 멈추지 않고, 자식이 부모를 봉양코자 하나 부모는 기다려 주시지 않네. 한 번 가서 돌아오지 않는 것은 세월이요, 또다시 뵈올 수 없는 것은 부모님이라네(樹欲靜而風不停, 子欲養而親不待. 往而不來者年也, 不可再見者親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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