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계절의 여왕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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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은 금방 찬물로 세수를 한 스물한 살 청신(淸新)한 얼굴이다. 하얀 손가락에 끼여 있는 비취가락지다. 오월은 앵두와 어린 딸기의 달이요, 오월은 모란의 달이다. 그러나 오월은 무엇보다도 신록의 달이다. 전나무의 바늘잎도 연한 살결같이 보드랍다”

고(故) 피천득씨의 수필 ‘오월’에 나오는 대목이다. 이렇듯 5월은 계절의 여왕이라 부를 만큼 아름답다. 신록으로 물든 자연엔 싱그러운 향기가 묻어나고, 활짝 핀 꽃과 열매들이 세상을 아름답게 장식하고 있다. 생명의 아름다움을 가장 감동적으로 느낄 수 있는 때이기도 하다.

하지만 어느 때부턴가 우리의 5월은 아름답지 않다. 대한민국의 현대사 5월은 격동과 항쟁, 갈등과 혼돈의 이미지로 점철됐다. 5·16이 그렇고, 5·18도 계절의 여왕을 참혹하게 했다.

또한 2009년의 5월은 충격과 당혹, 침통, 허망으로 저물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갑작스런 서거와 북한의 핵실험 등 잇따른 충격적 파장이 온 나라를 뒤숭숭하게 만들고, 외국에서도 한반도의 뉴스가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주말, 노무현 전 대통령의 갑작스런 죽음에 국민들은 “믿을 수 없다”며 경악했다. 그가 어떤 인생을 살아왔던 간에, 그는 대한민국 대통령이었고 퇴임기간이 1년여 밖에 되지 않았다. 솔직히 재임기간 그를 욕하는 사람들도 많았지만, 그는 구시대의 부조리와 기득권에 저항한 탈권위적 인물이었다는 평가다. 서민과 약자의 편에 선 소탈한 대통령이었다. 빈농의 아들로 태어나 역경을 딛고 대통령에 올랐던 그의 삶은 한 편의 드라마처럼 파란만장했다.

특히 제주와의 인연은 각별하다. 노 전 대통령은 재임 중 7차례나 제주를 찾아 도민들과 소통하며 애정을 표시했다. 역대 대통령 중 가장 많이 제주를 찾았다. 노 전 대통령은 참여정부 5년간 특별자치도 출범과 세계 평화의 섬 지정은 물론 도민 가슴속에 응어리진 한(恨)이자 질곡의 역사적 상처였던 4·3문제의 해결과 치유에 앞장섰다.

그렇기에 도민들은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 앞에 놀라움과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도내 분향소에도 조문의 발길이 이어지며 애도 물결이 확산되고 있다.

그런데 이건 또 무슨 일인가. 국민장의 와중에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라는 말 그대로의 핵폭탄급 뉴스가 더해져 이 5월의 끝자락을 더욱 심란하게 만들고 있다.

대다수 국민들은 하필이면 서거정국의 추모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북한의 태도를 이해할 수 없다며 북한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봐야할 지 혼란스럽다는 반응이다. 상갓집에 폭탄을 보내는 그들의 행위가 참으로 어이없다는 격앙된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이처럼 올해 5월은 전직 대통령이 목숨을 끊어야 하는 정치사회적 환경과 북한과의 단절된 현실 앞에서 답답하기만 하다.

그렇지만 국가적 난국을 차분하고 지혜롭게 대처하는 게 남은 이 5월의 과제이기도 하다.

국가적으로는 정치인 노무현에 대한 지지여부를 떠나 고인의 뜻을 받들어 사회적 분열을 최소화하고 나아가 통합적 사회발전을 이루어야 하는 시대적 과제가 놓여있다.

특히 제주의 입장에서는 코앞으로 다가온 한·아세안특별정상회의의 성공적 개최라는 현안이 닥쳐있다. 국가적 난국 앞에서 다소 분위기가 위축된 감이 없지 않지만, 그래도 국제자유도시의 브랜드 가치를 고양하는데 한치의 오차도 없어야 할 것이다.

분명 5월은 아름답다. 자연의 환희·신비 만큼이나 사람 사는 우리 세상에 그 아름다움이 더해지길 기대한다. 그런 희망을 추스르며 올 5월을 보낸다.

<오택진 편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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