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 3기 1년과 해장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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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한국 음식들이 갈수록 진가를 높이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김치와 해장국.

김치는 종합 영양소에다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면역력이 함유돼 있다 하여 동남아에선 품귀현상까지 일고 있다. 가히 김치 열풍이다.

그런가 하면 미국 뉴욕타임스 최근호는 ‘원더풀 해장국’을 외치고 있다. 술을 마신 후 쓰린 속을 풀어주는 데는 ‘한국의 해장국’이 제격이라고 소개하고 있는 것. 이 신문은 음식전문기자의 뉴욕발 현지 리포트를 통해 “선지와 내장, 그리고 무를 오랜 시간 고아 만든 해장국은 ‘마녀가 만든 국물’을 연상시킨다”면서 “이 수프를 마시면 머리도 맑아진다”고 극찬했다.

글로벌시대 한국 음식의 우수성에 새삼 조상들의 지혜를 깨닫게 된다.

▲해장국은 원래 ‘술국’이라 했다. 술집인 주막에서 새벽에 찾아오는 첫 손님에게 끓여주는 음식이란 의미다. 그러나 해장국은 술로 쓰린 창자를 푼다는 ‘해정(解酊)’의 뜻을 지닌 ‘해정국’이 와전된 것이란 해석도 있다. 콩나물국이든, 북어국이든, 뼈를 우려낸 된장국이든 술 마신 뒷날 아침 숙취(宿醉)를 풀기 위한 것이라면 해정국이라는 것이다.

조선시대 풍속을 기록한 해동죽지(海東竹枝.1925년 崔永年 지음)에는 새벽 종이 울릴 무렵 먹는 국이라 해서 ‘효종갱’으로 소개됐다. <경기 광주 성내는 이 갱을 잘 끓였다. 소갈비.해삼.전복.배추속.표고버섯 등을 된장에 섞어 하루종일 푹 고았다. 밤이 되면 국이 식지 않도록 항아리를 솜에다 싸서 서울로 보냈다. 새벽 종이 울릴 때 양반들은 따뜻한 국이 더없이 좋았다.> 영양 만점이었겠지만, 오늘날 가장 서민적인 음식이라는 해장국과는 거리가 멀었다.

▲한 달 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알코올 국회 해장식’이라는 퍼포먼스가 진행됐다. 여야 3당 대표의 룸살롱 술자리를 성토하는 자리였다. 각당 홈페이지에는 ‘정치는 초호화 술판, 사회는 개판’ 등과 같은 비난성 글이 쇄도하던 시점이었다. 이날 행사를 마련한 민주노동당은 “술 취한 당신, 해장이나 하고 속 차려라”면서 각당 앞으로 해장국을 배달하기도 했다.

이렇게 속풀이 대명사인 해장국을 진심으로 권하고 싶은 데가 있다.

이제 일주일만 있으면 민선 3기 1년을 맞는 제주도와 4개 시.군이다.

도지사와 시장.군수가 직원들과 하루 한 팀씩만이라도 아침 해장국 회의를 갖고, 서로를 격려하는 모습을 그려본다.

지난 1년 동안 속 쓰린 일이 한둘이 아니었을 터, ‘얼큰하고 시원하며 개운한’ 우리의 맛으로 이를 씻어냄이 어떨는지.

1주년 맞이 저녁 회식보다 비용도 훨씬 적게 들 것 같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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