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념의 사이렌’도 잊어버릴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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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제54회 현충일을 맞으며 착잡한 마음이 앞선다.

어제 보도사진에는 현충일을 맞아 무공수훈자회 회원들이 충혼묘지를 찾아가 묘비를 닦아주고 있는데, 젊은이들은 없고 70~80대 백발의 노인들이 대부분인 모습을 보면서 정말 고개를 들기 어렵다.

꽃다운 청춘과 고귀한 생명을 바쳐 나라와 국민을 지킨 우리의 영웅들이 너무 쉽게 잊혀버린 현실이다.

그 뿐인가. 호국보훈의 정신을 일깨우자는 국민교육을 마치 보수이념교육으로 바라보는 어이없는 현상마저 나타난다. 호국보훈이 어디 이념과 사상의 문제인가.

나라가 누란의 위기에 몰렸을 때 초개와 같이 목숨을 내던질 수 있는 것은 온 국민이 보훈의 정신으로 무장돼 있을 때만 가능하다. 이 보다 더 큰 가치가 있을 수 없다.

올 6월도 어김없이 6·25남침전쟁(59주년)과 6·29서해교전(7주년)기념일도 들어있는 ‘호국보훈의 달’이다.

정부와 제주도, 우리 도민들이 과연 호국영령 전몰장병 참전용사에게 보훈다운 보훈을 하고 있는지 가슴을 열고 돌아봐야 한다.

늘 그랬듯이 오늘도 제주시 충혼묘지와 서귀포시 충혼묘지에서는 각계 기관장이 참석하는 추념식이 열리고, 오전 10시에는 전국에 1분간 묵념 사이렌이 울리고, 거리와 가정에 조기(弔旗)가 내걸릴 것이다.

그러나 그저 그뿐. 오늘도 사이렌 소리가 나면 도민들은 “아하 오늘 현충일”하고는 별 생각이 없이 바쁜 일상에 이내 묻혀버릴 것이다.

그런데 기막힌 것은 “이게 무슨 사이렌 소리냐”고 하는 사람도 있어서 올해도 당국에서는 “민방공 대피 사이렌이 아닌 만큼 놀라지 마시라”는 당부를 했다.

호국영령에 대한 우리의 의식수준이 이 정도다.

현충일은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이들의 넋을 다시 불러내 그 이름을 새기며 나라의 이름으로 고마움을 나타내고 우러르는 날이다.

그리고 우리들 가슴에 불러낸 그들의 넋을 위로하고 그 호국의 의지를 이어받을 것을 다짐해 울리는 사이렌이다.

모두가 나라와 호국영령을 생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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