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계(木鷄)와 리더
목계(木鷄)와 리더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사람은 누구나 무병장수를 원한다.

그러나 아름다움과 돈과 명성을 다 가지고 있다한들 그 일은 결코 쉽지 않다.

한창 때인 20, 30대에 요절하기도 하고 수십 년간 최고 권력을 휘두르고서도 비참하게 인생을 마감하는 경우 등을 숱하게 듣고 봐왔다.

그럴수록 생사(生死)에 대한 무념(無念)은 보통 사람들에게 한 없이 높은 경지다.

하지만 죽기를 각오하면 살고, 살려고 하면 죽는다고 했다.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필사즉생(必死卽生) 필생즉사(必生卽死)’라는 외침은 비록 전쟁터에서만 통하는 외침은 아닐 것이다. 마음을 비운 강자의 의미심장한 내면이 그려진다.

▲‘장자’의 ‘달생편(達生篇)’에 재미난 우화가 있다.

중국 어느 왕은 닭싸움을 매우 좋아했다.

기성자라는 투계 조련사에게 최고의 싸움닭을 만들어달라고 했다.

열흘이 지나자 왕은 “닭싸움에 내 보낼 수 있겠나”하고 물었다. 기성자는 “닭이 강하긴 하나 교만하여 자신이 최고인 줄 압니다”며 아직 멀었다고 답했다. 또 열흘 뒤엔 교만함은 버렸으나 너무 조급하기 때문에, 다시 열흘 뒤엔 조급함은 버렸으나 눈초리가 너무 공격적이라고 했다. 마침내 40일째 기성자는 “이제 된 것 같습니다. 다른 닭이 아무리 도전해도 움직이지 않아 마치 나무로 조각한 목계(木鷄)가 됐습니다. 어떤 닭이라도 바라보기만 해도 도망칠 것입니다”라고 대답했다는 얘기다.

▲‘목계’는 교만함이 없다. 자신만이 최고라고 으스대지 않는다. 눈초리도 부드럽고 외부의 자극과 위협에도 성질 급하게 반응하지 않는다. 최고의 싸움닭은 내면의 강자라는 얘기다.

이는 곧 부드러움과 유약함이 결국 강하고 센 것을 이긴다는 세상이치와 다를 바 없다.

세상이치를 터득하여 덕을 지니면서도 목계처럼 보일 뿐, 겸손과 여유로 주변을 편하게 하는 사람을 ‘목계지덕(木鷄之德)’을 지녔다고 말한다. 이런 사람이 진정한 리더일 터이다.

그러나 우리사회엔 자칭 리더라며 어깨를 세우고 과격한 언행도 서슴지 않는 꼴불견이 난무하고 있다. 민심수습을 한다며 집안싸움만 하는 여당의 행태가 대표적이다. 가히 콩가루 한나라당이라 하겠다.

진정으로 목계의 덕을 지닌 리더들이 그리운 우리사회이다.`<김범훈 논설위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