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굼벵이’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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굼벵이는 초가의 썩은 새 속이나 흙 속, 농작물을 비롯한 각종 식물의 뿌리 근처에 산다. 예부터 간에서 비롯되는 질병인 간암, 간경화, 간염, 피로를 다스리는 데 탁월한 효능을 지녔다고 민간요법에 널리 알려진 것이 또 굼벵이다. 동의보감과 본초강목 등은 굼벵이가 간을 보한다고 했고 대학에서도 굼벵이의 간세포 독성 해독 등 각종 약리 효과를 입증한 바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기름에 튀기거나 볶아서 먹거나, 가루를 내서 더운 물과 함께 먹거나, 물에 넣어 끓여 먹는 등 갖가지 방법으로 굼벵이를 복용한다. 꿈틀거리는 굼벵이는 냄새가 역하고 보기에도 좋지 않아 한약방이나 시장에서는 즉석에서 갈아 캡슐로 만들어주기도 한다. 그러나 식품원료로서 안전성은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 식품의약품안전청의 입장이다.

지난 24일 허용 기준치보다 최고 3배 가까이 많은 납 성분이 포함된 중국산 굼벵이를 최고 263배의 높은 가격으로 관광객들에게 판매해 온 무허가 제조업자 등이 무더기로 검찰에 붙잡혔다. 이 중국산 굼벵이는 ㎏당 3500원에 수입돼 최종 관광객 등에게 판매될 때에는 이보다 263배 뛴 ㎏당 92만원선에 달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이쯤 되면 “굼벵이도 구르는 재주가 있다”는 속담을 “굼벵이도 뛰는 재주가 있다”로 바꿔야 할 판이다.

제주 관광 이미지에 또 한 번 먹칠을 한 것인데 정작 주인공이 그동안 유명세를 톡톡히 탔던 제주산 토종 굼벵이라 유감이다. 아마 40대 이상이면 과거 초가지붕을 새로 이을 때 손가락만한 굼벵이가 지붕 아래로 뚝뚝 떨어지는 걸 보고 자랐을 것이다. 이것이 제주산 토종 자연산 굼벵이다. 최근에는 일부 농가에서 굼벵이를 직접 기르며 짭짤한 소득도 올리고 있다.

농구 천재 허재의 아버지가 “굼벵이가 몸에 좋다는 소문을 듣고서 비행기를 타고 날아가 제주도 새벽시장을 찾은 게 한두 번이 아니다”라고 할 만큼 제주 토종 자연산 굼벵이는 경향 각지에서 유명세를 타는 모양이다. 운동선수에게 보약을 잘 챙겨주는 것이 최고의 뒷바라지라는 것이 그의 지론이고 보면, 39세의 나이에도 프로농구 2002~2003 시즌에서 소속팀의 우승을 이끌었으니 제주산 굼벵이의 효능을 또 한 번 입증한 셈이다.

최근에는 굼벵이를 잡아먹은 보약닭인 일명 ‘굼벵이 닭’이 등장, 마리당 20만~30만원을 호가해도 없어서 못 팔 지경이란다. 대략 1000마리의 굼벵이를 먹여야 비로소 굼벵이 닭이 된다고 한다. 이처럼 소비가 많아지다 보니 이제는 성분조차 불확실한 중국산까지 나와 비싸게 팔리고 있는 것이다. 원광대 한의학과에서 한국산과 중국산을 자체 분석한 자료를 보면 한국산 굼벵이는 중국산에 비해 단백질 함량이 약 11% 높게 나왔다.

또 한국산이 중국산에 비해 맑고 투명하고 진한 갈색을 띠고 있다고 한다. 중국산 납 굼벵이를 들여와 유통시킨 빗나간 상술에 굼벵이들이 한마디 거들지 모르겠다. “니들이 굼벵이 맛을 알아”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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