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사건 진상보고 - (20) 남은 과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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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극의 현장을
화해와 상생의 ‘평화의 섬으로’


4.3사건이 종료된 지 반세기 만에 정부 차원의 첫 4.3사건 진상조사보고서가 공식적으로 작성되고, 그 내용이 지난 3월 말 공개된 지 이제 3개월이 됐다.

4.3사건의 원인과 배경, 전개과정, 피해상황을 조사한 결과 4.3사건은 제2차세계대전 이후 냉전적인 세계 질서의 재편과정에서 발생한 비극적 사건이며 전개과정에서 국가공권력이 법을 무시하면서 제주섬 주민들에게 가한 인권유린의 대표적인 사건으로 규정됐다.

이 때문에 4.3사건 진상조사보고서는 정부에 대해 이 불행한 사건을 기억하고 교훈으로 삼아 다시는 이러한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하며 국가공권력에 의해 피해를 당한 희생자와 유족들을 위로하고 적절한 명예회복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결론을 내린 것이다.

정부 차원 공식 사과 약속 이행돼야
▲정부의 공식 사과 표명
이에 따라 제주도민들은 올해 4.3 추념일에는 정부를 대표하는 대통령의 4.3사건에 대한 공식적인 사과 표명도 있을 것으로 기대했으나 정부 부처내의 서로 다른 의견들이 대립되는 바람에 아쉽게도 이뤄지지 않았다.

그러나 오는 9월 말까지 이번에 작성된 진상조사보고서의 내용에 반하는 다른 증거가 제시되지 않을 경우 내년 4.3 추념일이나 그 이전에라도 정부 차원의 공식사과를 하겠다고 대통령이 약속한만큼 약속 이행이 이뤄질지 지켜볼 일이다.

어쨌든 정부 차원에서 피해자의 명예회복을 위한 희생자 결정은 4.3중앙위원회의 지속적인 심사를 통해 지난 6월 말 현재까지 2778명이 최종 확정됐으며 4.3중앙위원회 심사만을 남겨 놓은 인원도 1300여 명에 이른다.

전체 희생자로 신고된 인원 1만4000여 명 중 4000여 명에 대한 심사가 사실상 마무리되고 이제 1만여 명이 남아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내년 말까지는 전체 신고된 인원에 대한 희생자 선정을 위한 심사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4·3사건 왜곡 움직임 차단 필요
▲4.3사건에 대한 냉전적 시각 해소
그런데 정부 차원의 4.3사건 진상조사보고서가 작성돼 공식 채택되고 국가공권력에 의한 희생자로 선정되는 작업이 이뤄지고 있음에도 4.3사건을 냉전적인 시각에서 왜곡하려는 움직임도 끊이지 않고 있다.

실제로 노무현 대통령이 대선 공약을 통해 4.3사건의 정부 사과를 언급했음에도 지난 3월 말 참여정부내 일부 부처와 청와대 일부 수석.보좌관은 4.3사건에 대한 정부 차원의 공식사과 표명은 물론 진상조사보고서의 채택마저 저지하려 했기 때문이다.

이는 아직까지도 진실이 규명되고 그 진실이 널리 알려지는 데 두려워하는 세력이 존재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4.3사건 진상조사보고서 작성을 위해 필요했던 경찰 등 주요 기관의 관련 문서는 폐기되고 군 지휘관은 증언을 거부했으며 미국측은 4.3사건과 관련한 비밀문서를 제공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문제는 4.3진상조사보고서가 밝혔듯이 4.3사건을 역사의 교훈으로 삼고 이 같은 비극적인 사건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정부의 정책적 의지와 함께 역사의식이 얼마나 확고한가에 따라 4.3사건에 대한 정부의 공식사과와 그 후속조치들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점이다.

▲정부의 정책 의지와 역사의식
현재 참여정부는 국민의 정부가 4.3사건의 진상 규명과 희생자에 대한 명예회복을 위한 특별법을 제정하고 이를 시행한 만큼 확고한 의지를 갖고 있느냐 하는 점이 의문이다.

이는 현 정부가 이 같은 정책적 의지와 역사의식에 무게를 두기보다는 북핵문제와 대미관계 등 한반도 위기 국면이라는 정치적 상황론에 입각해 4.3사건이 제시하는 역사적 진실을 재단하려 했다는 인상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책임론 규명
4.3사건의 배경과 원인, 전개과정에서 개입했던 미군정과 미국의 역할을 볼 때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점에서 정부의 국가공권력 못지않게 미국의 책임론이 제기됐다.

이는 제2차세계대전이 끝난 후 제주도에 진주한 미군이 해방군이 아니라 점령군이라는 성격을 분명히 했고 남한정부의 수립 전과 그 이후까지 미군정과 미국이 남한정부의 공권력을 실제로 관리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군정의 정책방향에 따라 4.3사건에 대응하는 군경의 방침이 평화협상의 온건책에서 무차별 진압이라는 강경책으로 돌변하는 등 4.3사건 전개과정의 양상이 달라졌다.

비록 4.3사건 진상조사보고서는 4.3사건의 발발과 진압과정에서 미군정과 미국도 자유로울 수 없다고 적시하기는 했으나 세계적 차원의 냉전질서를 재편한 중심국가인 미국의 동아시아, 특히 한반도에 대한 정책이 4.3사건을 악화시켰는지에 대한 조사에 이르지 못한 점도 아쉬운 대목이다.

제주가 南北 화해 중심 역할 해야
▲평화의 섬 제주도
한국현대사에서 한국전쟁 다음으로 인명피해가 극심했던 비극적인 사건이었던 4.3사건은 이제 역사의 교훈으로 남았고 비극의 현장인 제주도는 이제 화해와 상생을 이루는 ‘평화의 섬’으로 상징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반도가 21세기 들어서도 지구촌 유일 분단국으로 아직까지 냉전적 대립 전선을 형성하고 있음은 모두의 불행이다.

4.3사건 해소를 통해 제주도의 화해와 상생의 정신을 한반도 전체로 살려 나가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한반도의 이념적 대립이 4.3사건을 발생시켰고, 전국 각지에서 이와 유사한 사건들이 발생한 결과 한국전쟁으로 이어지고 결국은 국력을 낭비하는 얼마나 소모적 행위인지 반세기를 통해 입증됐다.

남북 간 화해와 협력이 점차 실현되고 그 중심에 제주도가 화해의 중재자로 많은 역할을 하고 있으나 여전히 남북관계는 불투명하다.

오는 9월이면 남북 간 화해를 도모하는 통일민족평화체육축전이 제주도에서 열릴 예정인데 북한측은 6.15정상회담 이후 남북 간 이뤄진 민간 차원의 모든 교류를 총망라하는 축전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한다.

북핵문제와 이에 대한 미국의 강경책으로 위기 국면인 한반도에 비극적인 4.3사건의 현장이었던 제주도에서 열리는 남북 간 평화축전은 민족간 화해의 분위기를 회복할 호기다.

제주도가 4.3사건을 해소하는 화해와 상생의 메시지를 전세계에 발신할 수 있다면 과거 죽음의 섬 제주도는 이제 미래를 향한 ‘평화의 섬’으로 변화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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