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분권, ‘재정분권’이 전제돼야
지방분권, ‘재정분권’이 전제돼야
  • 한문성
  • 승인 2003.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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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하는 5년 동안 집중적으로 지방 발전전략을 추진하고 이를 위한 권한 위임도 중앙정부의 권한을 몇 개 지방으로 이양하는 것이 아니라 자치의 개념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즉 행정과 입법, 재정, 조직 운영은 지방자치단체 고유 권한이라는 생각으로 지방분권을 추진하겠다.”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자 신분으로 지난 2월 12일 제주도를 방문, 지방분권 및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제주지역 토론회에서 지방분권과 관련해 언급한 내용의 일부분이다.

노 대통령은 또 “제주도가 지방분권과 자치권 증대에 대해 강한 의욕을 보인다면 제주도를 지방분권 시범지역으로 선정하는 방안을 구상할 수 있다”고 밝혀 제주지역을 지방분권 시범도로 추진하겠다는 의지도 표현했다.

이 같은 노 대통령의 의지에 따라 정부는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에서 지방분권을 추진하고 있으며 제주도 역시 제주도의 지방분권 시범도, 지방자치 시범도 지정을 구체화하기 위한 기획단을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

제주도는 지방분권 추진과제 34건을 선정해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에 과제 선정을 건의하는 등 구체적인 실행에 나서고 있지만 지방재정에 대한 문제는 소홀히 다루고 있는 것 같다.

전국시.도지사협의회도 최근 지방분권특별법 조기 제정과 체신.철도 등 현업업무와 검찰 등 공안업무 제외 특별행정기관 지방 이양 등을 포함한, 지방분권 촉진을 위한 건의문을 청와대를 비롯해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 행정자치부, 3개 정당 등에 전달했으나 역시 지방재정 문제는 소홀히 다룬 감이 없지 않다.

지방분권의 구체적인 실천에 대한 요구가 잇따르고 있는 셈이다.
사실 1990년 지방자치제가 부활한 이후 진정한 지방자치, 즉 지방분권의 실천에 대한 목소리는 지방 차원에서 계속돼 왔다.

그렇지만 중앙집권적인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 중앙정부는 일부 사무를 위임하는 선에서 생색을 내는 데 그치고 있을 뿐 아니라 재정 부문은 중앙이 모든 권한을 꽉 틀어쥐고 있어 지방자치가 성숙하지 못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이 때문에 참여정부가 내세우고 있는 지방분권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감이 그만큼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지방분권에 대한 기대감 이면에는 우려되는 시각도 없지 않다.
이는 인구를 무기로 자주재정에 대한 특단의 대책 없이 지방분권이 이뤄질 경우 전국의 1.1%에 불과한 제주지역 분권은 그 의미가 사실상 퇴색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우려는 지방분권이 본격화하고 있는 시점인 최근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국회 일각에서는 숫자의 우위를 앞세워 경마장 소재지 해당 시.도에 50% 납부하던 장외발매소분 레저세를 전액 장외발매소에 납부하도록 하는 지방세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다 제주도의 세외수입에서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로또복권 수익금을 중앙에서 통합해 배분하는 방식의 가칭 통합복권법 제정도 발의해놓고 있다.

국회 일각의 움직임과는 별도로 정부도 통합복권법을 제정해 복권관리공단으로 하여금 복권 수익금을 통합 운용케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의 한쪽에서는 지방분권을 추진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중앙집권을 추진하는 등 손발이 따로 노는 듯한 느낌이다.

지방분권의 추진 성패는 지방재정에 대한 분권이 어떻게 이뤄지는가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재정자립없이 지방분권을 추진하는 것은 모래 위에 집을 짓는 사상누각에 지나지 않는다.

특히 제주도와 같이 도세가 약하고 국세 납부액이 정부의 국고보조금 지원보다 낮은 지역의 경우 정부 차원의 재정확보방안이 제시되지 않고 지방분권 속의 한 부분으로 재정을 포함시킬 경우 지방분권은 약이 아니라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

참여정부가 진정으로 모든 권력이 지방에서 비롯되는만큼 지방으로 돌려주기 위한 지방분권을 추진한다면 지금 이 시점에 지방재정분권을 이룰 수 있는 획기적인 대책을 제시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