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신종 인플루엔자 공포가 확산되면서 불티나게 팔리는 흰색 마스크는 그 원조 격이다.
하지만 다른 형태의 이용도 적지 않다.
남이 알아보지 못하게 얼굴 전체를 가리는 복면, 종교적 또는 예술적 유희 등에 쓰이는 가면이나 탈도 마스크의 일종이다.
용접 때 쓰는 얼굴막이, 군사용 방독면, 야구나 펜싱과 같은 운동 오락용 등 마스크의 용도는 다양하다.
▲이웃나라 일본인들의 마스크 사랑은 유별난 것으로 알려진다.
용도는 물론 보건 위생용이다. 1918년과 1919년 전 세계에서 4000만 명 이상 목숨을 앗아간 스페인 독감 대유행은 일본 전역에 마스크 붐을 일으켰다. 당시 보건당국은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죽음에 이를 수 있다는 계몽까지 펼쳤을 정도였다.
그 후 각종 호흡기 질병이 등장할 때면 마스크 착용은 생활화됐다고 한다.
깨끗한 것을 좋아하고 이에 집착하는 일본인들의 생활습성을 읽을 수 있다.
지금 일본은 신종 인플루엔자 예방책으로 흰색 마스크가 거리 곳곳마다 넘쳐나고 있다.
이 정도면 가히 ‘마스크 신앙’이라 할 만하다.
▲국내서도 마스크가 유행이다.
외출 시 강한 자외선으로부터 얼굴 피부를 보호하려는 여성들 사이에 많이 등장하고 있다.
아침과 저녁, 야간에 걷기 운동하는 여성들 십중팔구는 마스크를 쓰고 있다.
무릇 여성으로서 건강과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이를 위해 마스크를 쓴다는 데 조금도 이상할 게 없다.
하지만 마스크는 두 눈만 놔둔 채 얼굴 전체를 가린 양상이다.
모자를 눌러 쓴 본인은 상대방이 누구인지 알 수 있지만, 마스크를 쓰지 않은 상대방은 결코 그를 알아 볼 수 없다.
마주치는 서로는 비록 이웃일지라도 눈인사조차 할 수 없다.
주민들도 이러한데 국제적 휴양관광지 제주에서 관광객 특히 외국인들은 무섭게나 느끼지 않을지 모를 일이다.
얼굴은 자신의 정체성을 상징한다. 미소 띤 얼굴은 상대방도 기분 좋게 한다.
그래서 마스크를 벗고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고 운동에 나서면 어떨 런지 매번 생각해본다.
<김범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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