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측 대표단은 김영대 민족화해협의회(이하 민화협) 회장과 장재언 조선종교인협의회 회장, 여원구 조국통일민주주의전선 중앙위원회 의장 등 3명을 선두로 비행기에서 내려 마중나온 남측 민화협 관계자들과 인사를 나눴다.
이들은 한반도기와 ‘자주통일’의 구호가 적힌 깃발을 하나씩 들고 밝은 웃음을 지어 보이며 남측 인사들과 “반갑다”, “환영해줘서 감사한다”, “잘 있었는가” 등의 인사말을 주고 받았다.
북측 대표단은 경찰의 삼엄한 경계 속에 의전실로 자리를 옮겨 김종수 신부, 한상열 목사 등과 “반갑습니다”라며 인사를 나눴다.
북측 김 단장은 영접단과 취재진을 향해 “반갑습니다. 통일을 위해 잘 해봅시다”라고 간단하게 인사말을 건넸다.
이들 중 19명은 국빈들이 이용하는 더블도어를 통해 귀빈실로 직행했으며 나머지 97명은 법무부 A심사대를 통해 간단한 세관검사를 거친 뒤 짐을 찾아 귀빈주차장에 대기 중인 버스로 향했다.
이 과정에서 귀빈실로 가기로 돼 있던 북측의 일부 인사들이 공항 관계자의 실수로 더블도어 통행이 차단되자 몸싸움을 벌이며 “도로 북으로 가겠다”, “기분 나쁘다”, “전에 남측 인사들이 올 때는 이렇게 대접 안 했다”라고 말하며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북측에서는 중앙통신 등에서 카메라기자만 7명이 참석, 남측 인사들에게 이름을 묻고 환영객들의 표정을 살피는 등 취재에 나서 눈길을 끌었다.
○…8.15 공동행사에 참가하는 북측 인사들은 남북교류에 관한 법률에 따라 내국인도 외국인도 아닌 방문객 신분으로 방한했다.
따라서 이들은 정식 여권 대신 통일부 장관이 발행하는 방문증을 소지했으며 방문증에는 방문 목적과 방문 기간, 이름 등이 적혀 있었다.
○…허혁필 북측 민화협 부회장은 ‘8.15 민족통일대회 북측대표단 도착성명’을 통해 “남녘 동포들에 대한 뜨거운 혈육의 정을 안고 이곳에 도착했다”고 밝힌 뒤 “이번 8.15 민족통일대회가 민족의 힘을 합치고 6.15 공동선언을 철저히 이행하며 통일로 나아가는 새로운 계기가 되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북측은 이날 성명서 수십장을 미리 준비, 기자들에게 배포했다.
이날 함께 방한한 평양예술단의 지국주씨(23)는 “반갑다”고 소감을 밝힌 뒤 “북과 남이 통일전선에 앞장서자”고 말했다.
통일연대의 상임대표인 한상열 목사는 8.15 공동행사와 관련, “남북이 하나되고 민족화해 및 평화에 도움이 될 것이다. 만남 자체가 성공이다. 남북이 공동호소문을 만들어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몽양 여운형 선생의 2남3녀 중 유일하게 생존해 있는 여원구 의장은 이날 몽양 추모사업회 사무총장을 맡고 있는 10촌 친척 여익구씨를 처음 상봉했다.
두 사람은 혈육이라는 사실이 어색한 듯 가볍게 웃음으로 인사를 나눴으나 주변 분위기 때문에 별다른 이야기는 나누지 못했다.
여 의장은 처음 남한을 방문한 소감을 묻자 “시간이 있으니 차차 이야기하자”고 답변을 회피한 뒤 “서울 우이동에 있는 아버지 묘소를 꼭 방문하고 싶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날 우익단체들의 항의시위 등 돌발상황에 대비해 전경대 2개 중대를 지원받아 모두 5개 중대의 병력을 북측 대표단이 이동하는 길목에 배치하는 등 시종 긴장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북측 인사들의 방문을 반대하는 우익단체는 물론 일반 시민들이 한 명도 공항에 나타나지 않자 안도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자 © 제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