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의 가치는 어디에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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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쯤 전에 가족들과 섭지코지에 간 적이 있다. 인기리에 끝난 모 방송국의 드라마 덕분에 관광객들이 줄을 잇고 있었다. 다른 지방에서 온 한 아주머니가 “천혜의 자연으로 먹고 사는 제주 사람들은 참으로 행복하겠다”라고 한 혼잣말을 들었다. 제주인의 한 사람으로서 가슴이 뜨끔했다.

다른 지방 사람들이 과연 무엇을 보러 오는가? 물론 인기 드라마 세트를 직접 보려고 온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왜 그 세트를 하필 거기에 지었나를 생각해 보면 그게 아니다. 맑고 시원한 바람, 초록의 잔디밭, 푸른 바다,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가 아니었다면 거기에 세트를 지었을 리 없다. 그리고 그곳에서 관광객들이 마치 자신들도 주인공인 양 스트레스를 풀 마음이 없었다면 거기에 올 리가 없다.

현대인들은 빨리빨리, 많이많이 채우기에 바쁘다. 그래서 그들은 늘 뭔가에 쫓기면서 살아간다. 그들은 시간의 여유도 마음의 여유도 없이 늘 꽉 차있다. 그러나 꽉꽉 채우려는 삶, 그리고 꽉 찬 삶은 가장 완전한 삶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생명은 조화 속에 살아간다. 빠름만 있어선 안 되고 느림도 있어야 하고, 채움만 있어선 안 되고 비움도 있어야 하며, 꽉 채웠으면 덜어낼 줄도 알아야 한다.

천연자원 매우 중요

일찍이 노자(老子)는 ‘있음의 이로운 까닭은 없음의 쓰임새 때문이다(故有之以爲利 無之以爲用)’라고 하였다. 그릇도 꽉 차지 않고 비어 있어서 그릇으로 쓸 수 있으며, 방이나 집도 빈 공간이 있어서 사용 가능하다. 다시 말해 불필요하게 보이는 것도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제주도가 진정 이로운 이유는 제주도도 꽉 차있지 않기 때문이다. 제주도에는 아직 채워지지 않은 황무지와 유휴지가 많이 있다. 오름이 그렇고, 곶자왈이 그렇고, 해안습지가 그렇다.

어찌 보면 그곳은 쓸모 없는 땅이고 노는 땅처럼 보인다. 그래서 그곳에 골프장.리조트.해안도로를 건설하면 그 쓰임새가 수십 배 되지 않을까 하는 이들도 있다.

자연은 인간의 노력을 투입하기 전까지는 무가치하며 그것을 개발함으로써 이득이 나오기 때문에 더 빨리, 더 많이 개발해야 된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다. 그러나 천연의 자연은 무가치한 것이 아니며 환경에 대한 가치는 얼마든지 달라진다. 지금까지 별 쓸모 없던 것으로 여기던 갯벌에 대한 가치가 새롭게 평가되면서 수조원을 쏟아넣은 새만금 간척사업의 효용성에 대한 논란이 몇 년째 계속되고 있다. 여기서 얻는 교훈은 개발을 할 때는 자연 환경에 대한 대단히 엄정한 평가가 이뤄져야 하고, 수많은 논의를 거쳐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해양학자들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갯벌은 환경적.생태적 가치를 놓고 볼 때 농지 가치의 3~60배에 이른다. 그리고 산림학자들에 따르면 울창한 숲은 홍수와 가뭄 조절, 공기 정화, 토양 보전 등의 기능을 놓고 볼 때 거기서 생산되는 임산물 가격의 35배나 된다. 제주도의 해안습지와 곶자왈 역시 그에 못지 않는 가치를 지니고 있으리라 생각된다.

그런 점에서 이번에 농업기반공사 제주도지부가 하도리 철새도래지의 일부를 별 쓸모 없다고 간주해 개인에게 처분한 것은 대단히 잘못된 일이다. 그리고 제주도 곳곳에 흩어져 있는 곶자왈을 쓸모 없는 땅이라 간주해 각종 리조트를 건설하려고 하는 시도들은 곶자왈에 대한 진정한 가치 평가가 이뤄질 때까지 유보해야 한다.

문화·환경적 가치 고려해야

자연에는 인간의 유용성 측면에서 평가되는 가치 이외에도 심미적.생태적 가치 등도 있기 때문에 이러한 점들이 인간의 행복에 기여한다는 점을 생각할 때, 자연의 가치는 금전적 가치 이상으로 중요하게 평가되어야 한다. 그리고 자연을 개발할 때는 지금까지 손익 계산에 포함되지 않던 가치들도 경제적 가치 속에 포함시켜서 개발과 보전의 손익을 따져봐야 할 것이다. 앞으로 환경영향평가를 할 때는 자연의 금전적 가치와 함께 문화 및 환경적인 가치를 함께 고려하는 총체경제학의 측면에서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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