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막상 당일에는 계획하고 준비한 내용의 절반도 들려주지 못하고 아쉬움만 간직한 채 끝내야 했다. 시간 내내 장난치고 떠들고 산만하게 돌아다니는 학생들, 딴 짓 하는 학생들을 제지하고 달래고 어르며 시간의 반을 허비하고 만 셈이다.
나중에는 긴장되어 등줄기에 굵은 땀이 흐르고 당황하여 아이들과 인사도 제대로 나누지 못한 채 정신없이 교실을 빠져 나온 것 같다. 그 날 같은 학년에 1일 체험교사에 참여한 학부모 모두 “떠들고 장난치는 애들 때문에 몇 번이나 흥분하고 화가 치밀어 오르는 것을 참느라 혼났다.
선생님들께서는 매일 그런 아이들을 때리지 않고 어떻게 지도하고 수업을 하는지 신기하고 존경스럽다”고 입을 모았다.
며칠 전 선생님께 체벌을 당한 학생의 학부모가 학교에서 소란을 피우고 급기야 선생님을 폭행한 사건이 도내에서 발생했다는 보도를 접하고 착잡한 심경을 금할 수가 없다.
같은 학부모의 입장에서 체벌을 당하고 온 학생을 보고 화가 난 학부모의 심정을 이해 못 할 바는 아니지만, 일가 친척을 동반하고 학교에 몰려가 감정적으로 대응한 것은 지나치지 않았나 싶다.
학생이 어떤 연유로 체벌을 당하고 또 얼마나 심하게 당했으면 학부모가 항의하러 갔는지 구체적인 내용은 차치하고라도, 이러한 일이 교육현장에서 심심찮게 일어난다는 것이 무엇보다 안타깝다.
학교는 내 자녀와 많은 학생들의 배움의 터전이요 신성한 곳으로 남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일을 당한 선생님의 정신적 충격은 물론이고 이 모습을 지켜본 다른 선생님들의 심경은 어떠하겠는가? 또한 이런 불미스러운 일로 지장을 받은 많은 학생들의 학습권은 누가 보상하며 이미 추락한 교권은 누가 회복시켜 줄 것인가?
결국 우리 학부모들이 모두 우선 내 자녀의 교육을 맡고 있는 선생님들의 교권을 지키려고 노력함으로써 내 자녀의 학습권도 보장되리라 여긴다. 학부모가 이 일과 관련해 학교측에 사과했다고 하니 다행한 일이다. 서로 깊은 상처를 남기지 않는 정도와 시점에서 학부모와 교사 모두 오로지 학생 교육을 먼저 생각하는 지혜를 발휘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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