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자치에 역행하지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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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문화예술재단 제2대 이사장 선임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이사장 임기가 끝남에 따라 새 이사장을 선임해야 하는데, 제주도와 재단 이사들(선임직)의 입장이 다르기 때문이다.

제주도의 입장은 초대 이사장을 물러나게 하고 다른 장르에서 이사장을 선임해야 한다는 주장인 것 같다. 또한 제주발전연구원 등 제주도 출연기관 대표가 연임된 사례가 없으며, ‘섬집아기’ 노래비 건립 추진 과정에서 제대로 역할을 수행하지 못했다는 것 등도 이사장 교체를 주장하는 요인으로 보도되고 있다.

그러나 일부 재단 이사들이 지적했듯이, 제주도의 주장은 적절치 않은 면이 많다. 가장 큰 잘못은 문예 부흥을 표방하며 민간인 중심 조직을 만들어 놓고 이사장 선출에 관여한다는 것이다. 재단 운영을 쥐락펴락하겠다는 시대착오적 발상이다.

도에서 기금을 출연했으니 재단에 관여하는 게 당연하다고 볼 수는 있다. 그러나 도.시.군 부단체장과 도 기획관리실장이 당연직 이사로 활동하고 있고, 도청 공무원이 파견돼 사무처장을 맡고 있다. 이미 긴밀하게 관여하고 있고 웬만큼 장악하고 있는 것이다.

정관에 ‘이사회에서 문화예술 전문가 중에서 선임한다’고 규정돼 있다고 하니, 이사회 결정에 따르면 될 일이다. 이사장 선출에 대한 의견이 있으면 당연직 이사를 통해 이사회에서 개진하면 되는 것이요, 의견이 조율되지 않으면 표결하면 될 일이다. 또한 선출된 인사가 결정적 결함이 있는 인물로 판단되면 승인해 주지 않으면 되는 게 아닌가.

이번에 재단 이사들이나 문화예술계의 반발을 무시하고 제주도 당국의 뜻대로 이사장이 선임된다면 매우 좋지 않은 선례를 남겨놓게 된다. 무릇 문화예술은 문화예술인들이 그 행정의 주체가 되어 ‘문화자치’를 이루어낼 때 참된 성과를 거둘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따라서 제주문화예술재단 이사장 선임 문제는 제주의 문화자치 수준을 가늠하는 바로미터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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